[DBR]매출만 보고 성과급 주면 ‘양날의 검’ 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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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인센티브 긴밀할수록
영업기회 과도하게 노리다
기존 고객 놓칠 가능성 커져

직장인은 인센티브에 민감하다. 성과가 눈에 보이고 측정하기도 쉬운 세일즈 조직의 경우 제대로 된 인센티브 설계가 더욱 중요하다.

성과를 낸 사람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슈는 간단치 않다. 예를 들어 한 영업사원이 A라는 지역을 3년째 담당하다가 이듬해 다른 구역을 맡게 된다고 해보자. 그는 계약 체결이 임박한 건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새로운 영업 기회를 발굴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영업 구역을 재배치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당장 계산서를 끊는 것에 혈안이 되고 밀어내기 판매를 감행하며 새로운 기회 발굴에는 신경을 끈다. 당장의 매출은 날 수 있겠지만 다음 해부턴 회사 전체 실적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해 브라질 인스퍼 교육 및 연구기관과 미국 테네시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은 인센티브가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 연구했다. 과연 높은 인센티브가 더 높은 매출을 가져오는지와 영업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인지를 분석하고 제한된 시간 속에서 매출을 높이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파악했다. CRM 및 ERP 시스템을 판매하는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을 선정해 92명의 영업사원이 만들어 낸 850건의 영업 기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영업사원의 총소득 중 인센티브 비율이 높을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 설정 이론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목표를 가진 개인은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일반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 역시 조금이라도 더 매출을 늘리기 위해 타깃 금액 이상을 달성하는 영업사원에게 인센티브를 더 많이 제공하기도 한다. 이럴 때 영업사원은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으려고 영업 기회를 더 많이 좇아다니기 마련인데 너무 많은 기회를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영업 실적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보상의 긍정적 효과는 일정 정도까지만 커지고 이후에는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

영업사원은 고객과의 면담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조금이라도 인센티브를 더 받겠다며 능력 이상의 과도한 기회를 찾다 보면 결국 부작용이 올 수 있다. 기존 고객에게 소홀해지거나 과로로 인한 피로, 주의력 감소가 나타날 수 있으며 때로는 번아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고객 및 영업 기회의 수가 너무 많은 것은 좋지 않으며 ‘적당히’ 많은 것이 좋다.

다만 영업사원 개개인에 따라 적당한 기준은 다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영업 기회의 크기와 구매 전환 시간이다. 영업 기회는 개수보다는 금액의 크기가 중요하며 금액이 클수록, 구매전환 시간이 짧을수록 매출 실적 달성에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영업 기회의 양보다 질이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잘 배분해 기회를 판매로 잘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관리자들은 조직이 갖고 있는 전체 기회를 잘 배분해 어떤 직원에 대해서는 기회를 줄이고 다른 이에게는 기회를 늘리도록 장려할 수 있다. 또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때 그 기회의 크기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기회 포착부터 거래의 종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잘 예측하도록 훈련과 조언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진환 서울경제진흥원 창업정책팀 수석 siberian@sba.seoul.kr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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