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암울… 대기업 계열사마저 자금난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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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회복 지연속 실적 하락
제조-비제조업 함께 체감경기 악화
기업들 유상증자 통해 탈출구 찾기
롯데 계열사-LGD 신용등급 하락도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6월에도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개선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기업들의 벌이가 신통치 않은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들 가운데서도 신용등급이 강등되거나 대규모 증자에 나서는 기업들도 잇달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6월 전 산업 업황 BSI는 지난달과 동일한 76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업황 BSI 역시 73으로 전월과 동일했고, 비제조업은 오히려 지난달보다 1포인트 떨어진 77로 나타났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기업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밑돌면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제조업 업황 BSI는 2월 63까지 내려갔다가 상승 전환됐지만 3∼4월 70, 5∼6월 73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의 체감 경기가 쉽사리 개선되지 못한 데는 반도체 경기 침체 영향이 컸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6월 BSI는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한 67로 집계됐다.

7월 업황전망도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 업황전망 BSI는 1포인트 하락한 72로 조사됐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 위탁생산 납품업체의 경쟁 심화로 전자·영상·통신장비 위주로 실적이 많이 악화됐다”며 “이번 달에는 가격 회복 지연을 우려한 업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 계열사들의 자금난도 현실화되고 있다. 경영자금 조달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유상증자를 택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도 이뤄지고 있는 것. SK이노베이션은 23일 이사회에서 1조1777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1∼3월) 부채비율이 900% 이상까지 늘어난 CJ CGV도 주주배정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총 1조200억 원 유상증자를 한다고 20일 공시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신용등급이 일제히 내려갔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20일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악화와 차입금 부담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지주 역시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강등됐고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 다른 계열사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는 A+에서 A로 하향됐고, 부동산 업황 부진의 피해를 입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상태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재무적 건전성이 악화될 위험이 높아졌다”라며 “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기업의 경우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지원을 해도 업황이 곧바로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기업 체감경기#자금난 걱정#실적 하락#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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