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성형 후기도 솔직하게… 미용 커뮤니티 ‘강남언니’

‘깜깜이’ 성형 의료 막기 위해
가격 등 시술 정보 투명하게 제공
솔직한 시술 후기 작성 독려해
병원의 서비스 개선 유도

강남언니 앱 이용자가 올린 시술 후기. 힐링페이퍼 제공

‘강남언니’ 애플리케이션(앱)은 피부 시술과 성형 관련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입점 병원 수 기준) 규모의 미용 의료 정보 플랫폼이다. 오랫동안 미용 의료는 비급여 영역으로 시술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 반해 공개된 정보를 찾기 어려워 소비자들의 고민이 컸다. “어느 병원이 좋더라”라는 지인의 추천에 기대 알음알이로 병원을 선택하는 게 최선이었다. 시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약을 쓰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같은 정보는 사전에 얻기 힘들었다. 병원 상담실장의 추천으로 이런저런 시술을 받고 나면 괜히 가격을 덤터기 쓴 것 같아 찝찝할 때가 많았다.

스타트업 ‘힐링페이퍼’가 이런 소비자들의 고민을 간파해 기획한 앱 강남언니는 2015년 출시해 현재 개인 회원 450만 명, 성형외과와 피부과 2000곳 이상이 가입한 국내 최대의 미용 의료 전문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20년 일본에 진출해 약 1000개의 병원 회원을 끌어 모으면서 일본 미용 의료 업계에서도 1위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2022년에는 매출 250억 원을 달성한 바 있다. 강남언니는 어떻게 병원과 소비자들을 빠르게 사용자로 끌어모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5월 1호(368호)에 실린 강남언니의 성공 요인을 요약해 소개한다.

● 소비자 고민 해결에 초점

강남언니는 소비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는 개별 시술에 대한 정확한 내용과 가격이다. 이에 강남언니는 광고를 내려는 회원 병원들에 시술의 구체적인 내용과 가격을 정확히 적도록 요구하고 배너에 크게 표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시술별로 대략적인 시세와 더불어 특정 병원에서 같은 시술이 왜 더 비싼지 혹은 저렴한지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혹시 병원에서 덤터기를 쓸지 모른다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치료보다는 미용 목적이 큰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경우 시술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뿐 아니라 병원에서 실제로 시술을 받은 고객의 후기가 소비자의 선택에 매우 중요한 참고 정보가 된다. 예컨대 같은 수술이라도 어떤 소비자는 흉터 부위, 또 다른 소비자는 통증의 정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남언니는 이처럼 수요자마다 미용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다르고 이런 가치 판단들이 담긴 다양한 정보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고객들의 후기 작성을 독려했다. 먼저 앱을 통해 상담 예약과 시술을 완료한 고객을 대상으로 클릭 방식으로 ‘가격이 동일했나요?’ ‘친절했나요?’ 등의 질문에 답변하도록 설계해 고객의 후기를 작성하는 번거로움을 덜었다. 후기는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더 많은 병원이 바람직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 믿을 만한 미용 커뮤니티 구축

강남언니는 앱 상단의 피드에 고객이 선택한 시술과 관련된 후기, 그리고 2주간 상담 신청 수가 가장 많은 병원이 먼저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반영한다. 후기가 앱 내에서 병원 간 경쟁의 기준이 되는 만큼 가짜 후기를

거르기 위한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또한 상담 예약부터 시술까지 완료한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직접 설문 조사를 실시하는 해피콜 제도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앱 정보와 실제 병원의 가격 정보가 동일했는지, 추가 결제 강요는 없었는지, 후기 작성 강요는 없었는지 등을 조사한다. 여기서 단 하나의 ‘나쁨’ 지표도 없으면서 3가지 이상의 항목에서 ‘좋음’ 지표를 9개월 이상 유지하는 병원은 고객평가우수병원으로 인증해 앱 내에 인증 배지를 부착한다. 반면 부정행위로 적발된 누적 횟수가 6회 이상이 되면 이 병원은 더 이상 강남언니 플랫폼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강남언니는 시술 후기와 별개로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미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수다방’을 운영했다. MZ세대는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의 일환으로 시술을 선택하며, 자신의 변화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이들이 강남언니 앱에 자발적으로 시술 전후의 외모 변화를 보여주는 사진을 올리는 데도 이런 이유가 있다. 강남언니는 새로운 세대의 니즈를 파악해 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다.

● 미용 의료 시장의 확장

강남언니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미용 업계 1위 광고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도쿄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시부야역 옥외 광고판에 강남언니 광고가 걸려 있는 모습. 힐링페이퍼 제공

2020년, 누적 가입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 플랫폼으로서 규모의 성장을 이뤘을 때 강남언니는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한국의 미용 의료는 글로벌 최고 수준이면서, 가격은 타국 대비 저렴해 경쟁력이 있다. 일명 ‘K성형’의 소문난 명성에 힘입어 특히 일본에서는 아무런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강남언니 앱에 가입해 한국의 병원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속속 늘어났다. 이에 강남언니는 일본 고객을 위한 앱을 론칭해 일본인 고객을 한국 의료시장으로 유치했다. 또 일본 2위 미용 의료 서비스 사업자인 르쿠모를 인수해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피부미용 같은 비급여 영역에서는 비의료인의 중개를 허용하고 있다. 강남언니는 앞으로 이처럼 국내뿐 아니라 일본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장해 플랫폼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