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채용 시즌을 맞아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가 기업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챗GPT 등을 활용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급증하며 기업들은 취업 준비생들이 챗GPT 등으로 작성한 자기소개서나 모의면접 답변 제출을 어떻게 처리할 지 검토 중이다. 일부 기업은 ‘GPT제로’ 같은 부정행위 판별 프로그램까지 동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타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기업에 제출하는 것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은 자기소개서 처벌은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자기소개서 전부 또는 대부분을 작성한 ‘대필’인 경우에만 한하기 때문에 챗GPT를 활용한 경우 처벌 여부를 판단하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정행위 판별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해도 챗GPT를 통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제3자’가 대필한 것으로 보고, 해당 지원자를 탈락시킬 것인지 고민이 많다. 취업준비생이 챗GPT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했어도, 내용 일부만 수정하거나 추가하는 경우에는 ‘대필’이 아닌 ‘첨삭’으로 간주한다.
LG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통해 작성한 자소서를 참고하거나 첨삭만 했을 경우는 처벌하기가 애매하다”며 “챗GPT를 과도하게 사용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처리할 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의 경우는 챗GPT 판별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인공지능(AI)시스템을 통해 자기소개서 표절검사와 필요 인재 부합 여부를 평가할 방침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부정행위 방지가 가장 중요한 목적이며 AI 판별 이후 인사팀이 검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채용에서 챗GPT 등을 활용한 자기소개서나 모의 면접 답변에 별도 판별 프로그램은 도입하지 않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직무적성검사(GSAT)와 면접 등 채용 절차가 충분해 자체 변별력을 가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SK그룹 내 SK하이닉스도 지난 2018년 SK C&C의 AI 플랫폼 ‘에이브릴(Aibril)’을 자기소개서 등 서류 심사에 도입하는 ‘에이브릴 채용 헬퍼’를 시범 진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러나 “올해 채용 과정 심사에서 AI를 활용하는 테스트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챗GPT 등 취업준비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은 직무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진행하던 채용 과정에서 벗어나 실무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다양한 채용 방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현경 사람인 매니저는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채택했던 서류·필기 과정을 생략하고 직무에 맞는 인재상과 현장 적응력을 확인하는 ‘실무진 점심식사 면접’처럼 새로운 형태의 심사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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