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사태 한달…피해보상·재발대책 ‘잰걸음’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15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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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을 위해 피해지원 협의체를 발족하고 원인 조사, 재발방지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준비하는 등 사태 수습 절차에 본격 나서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자사를 비롯해 소비자, 소상공인 등을 대표하는 단체 및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1015 피해지원 협의체’를 구성, 보상 기준과 정책 마련에 나섰다.

협의체는 ▲소상공인 대표로 ‘소상공인연합회‘ ▲학계 대표로 공정 거래-소비자 보호 전문가 ▲산업계 대표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이용자 및 소비자 대표로 ‘한국소비자연맹’이 참여한다.

◆외부전문가·민간단체 참여 ’피해지원 협의체‘ 발족…보상 기준 및 정책 마련 본격 논의

카카오는 지난 10월 19일부터 11월 6일까지 총 19일간 서비스 장애 피해 사례 접수를 받았다. 협의체는 접수된 피해 사례들을 전문성과 객관성, 타당성 등을 토대로 합리적인 기준과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만간 첫 회의를 개최해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현재 피해 사례를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로, 총 접수 건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다양한 피해 신고를 받았고 기간을 연장한 만큼 업계에서는 최소 10만건을 웃도는 사례가 접수됐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미 지난달 19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피해 사례는 닷새 만에 약 4만5000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문제는 무료 서비스의 경우 피해 보상 근거와 선례가 마땅치 않고, 소상공인, 자영업자, 택시 기사 등이 주장하는 영업 피해 역시 입증 역시 쉽지 않은 데다 사례가 워낙 다양하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보상 선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KT 사례다. 지난 2018년 아현 국사 화재사고가 난 KT의 경우 당시 소상공인 보상안을 최종 확정하기까지 4개월여 기간이 소요된 바 있다. 당시 KT는 지역 상점의 서비스 장애 복구 기간에 따라 1~2일 40만원, 3~4일 80만원, 5~6일 100만원, 7일 이상은 120만원의 보상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보상 절차가 일단락되기까지는 333일이 소요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카카오도 길게는 최종 확정까지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단순 불만, 항의 사례가 접수된 건도 많아 분류 작업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T의 피해보상 대상은 유료 통신 서비스 가입 이용자들이고, 카카오는 보상 근거와 선례가 전무한 무료 서비스 피해 이용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고, 범위가 더 넓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주장하는 영업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카카오톡, 다음 메일 등 무료 서비스의 간접적 피해를 주장하는 이용자들도 많아 이에 대한 보상 마련 여부도 고민거리다.

이에 국내 IT업계에서도 카카오의 보상 정책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결국 서비스 장애에 대한 보상은 해외 빅테크는 제외되고 국내 플랫폼에만 적용될텐데, 카카오의 무료 서비스 보상이 선례가 될 수 있고 장애 시 적용 기준이 될 수 있어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연내 개발자 콘퍼런스 통해 원인 조사·재발방지 대책 공유

카카오는 피해 보상 외에 원인 조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현황에 대해서는 조만간 IT업계에 공유할 예정이다. 빠르면 이달 말 개최 예정인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 별도 공유세션을 마련해 사고발생 원인과 개선책 마련을 투명하게 밝힌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남궁훈 전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카카오가 지난달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남궁 전 대표는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사태는 카카오의 비극이기도 하지만 IT 업계의 비극”이라며 “어떤 문제로 인해 발생했는지 세세하게 조사하고 이를 인프라를 담당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유할 것”이라고 밝힌 의지의 일환이다.

홍은택 대표가 위원장으로 있는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인 조사 소위, 재발방지대책 소위, 보상검토 소위 3개 분과로 가동되고 있다. 이 중 원인 조사 소위에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 이확영 그렙 대표를 영입했다. 이 위원장은 서비스 장애 원인부터 장애 복구까지 전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재발방지소위는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남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남궁 위원장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상검토소위는 서비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재무, 법무 등 다양한 조직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에 발족한 협의체를 통해 보상 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1015 피해지원 협의체의 향후 활동 현황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이프 카카오에서는 보상과 별개로 남궁 전 대표가 밝힌 바 와 같이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중점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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