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지구촌 주역될 알파세대, 이들을 이해해야 조직도 살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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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매크린들연구소 애슐리 펠 자문이사 인터뷰

태어나 처음 말한 단어가 ‘엄마’가 아닌 ‘알렉사’(아마존의 AI 비서)라는 ‘디지털 온리’ 세대가 등장했다. 2010∼2024년생인 ‘알파세대’가 그 주인공이다. 알파세대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Z세대(1995∼2009년 출생)의 다음 세대다. 이 용어를 처음 만든 호주의 리서치 기업 매크린들연구소는 10여 년 전 전례 없는 세대의 등장을 감지하고 이 신인류에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α)’를 붙였다.


알파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매주 280만 명씩 태어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출생신고를 마친 2025년이 되면 그 수가 22억 명에 달해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세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저출산율에 시름하고 있는 한국에선 낯선 예측이긴 하지만 ‘귀한 자녀’인 만큼 이들에 대한 소비는 더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세대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애슐리 펠 자문이사(사진)는 “알파세대는 앞으로 10년과 그 너머를 내다볼 수 있는 렌즈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2년 10월 2호(355호)에 실린 펠 이사와의 인터뷰를 요약, 정리했다.
○ 알파세대의 영향력
―알파세대는 아직 독립적인 소비자라 하기엔 어린데, 이들 세대에 주목하는 이유는….

“알파세대는 이미 브랜드 영향력과 구매력을 갖고 있다. 이들 스스로가 소셜미디어 환경을 만들고 있고 대중문화 인플루언서다. ‘틱톡’과 같이 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셜 플랫폼은 이미 알파세대를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공동 제작자로 여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알파세대가 친구와 주변 사람들의 추천, 소셜미디어의 인플루언서,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 취향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 참작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를 이해하는 데 실패한 조직은 결국 경쟁력을 잃고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2010년을 알파세대의 시작으로 보는 이유는….

“2010년에 아이패드가 출시되고 인스타그램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알파세대는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패드 스크린에 노출됐고, 말을 배우기 전부터 스마트 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안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모니터 등 유리 화면에 익숙하다는 뜻으로 이들을 ‘유리세대(Generation Glass)’라고도 부른다. 유리세대로서 이들이 갖는 키워드는 ‘다중모드(Multi-modals)’, 그리고 ‘업에이저(Upagers)’다.

―다중모드와 업에이저란 무엇인가.

“알파세대는 과거 그 어떤 세대보다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중모드 세대다. 예컨대 알파세대는 눈으로 볼 뿐만 아니라 터치하고 듣고 말하면서 배운다. 이러한 환경은 과거 획일적이었던 교실보다 창의성을 기르는 데 더 유리하다. 업에이저는 어린 나이에 빨리 성숙한다는 뜻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알파세대는 신체적 성숙이 빨라지면서 청소년기 역시 일찍 시작된다. 또 왕성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과거 어린이들보다 아는 것이 많다. 즉, 알파세대는 조숙한 편이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 교육적, 심지어 ‘상업적 세련됨’까지도 좀 더 이른 나이에 나타난다.”

―Z세대도 디지털 세대인데 두 세대의 차이점은….

“1990년대 중반 출생, Z세대 초입에 해당하는 이들은 스마트 기기나 소셜 플랫폼이 없던 시절도 기억한다. 반면 알파세대는 테크놀로지와 소셜미디어가 없는 세상을 전혀 알지 못한다. 또한 알파세대는 디지털 세대라기보다는 ‘가상(virtual) 세대’다. 이들은 이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같은 메타버스의 프로토타입에 익숙하다.”
○ 미래세대가 믿는 가치
―알파세대는 너무 어린 나이에 팬데믹을 경험했다. 이것이 세대 특성에 영향을 미칠까.

“팬데믹을 통해 기술 사용 빈도가 훨씬 많아지고 심화됐다. 이를 바탕으로 알파세대는 더욱 창의적인 면모를 보이고 위기 극복에도 능숙할 것이다. 또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학교에 가는 것 등 일상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알파세대가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알파세대는 앞으로도 성장 과정에서 급격한 변화에 노출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시간을 초월해 변치 않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간과해선 안 된다. 알파세대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수용되는 것, 즉 커뮤니티나 소속감을 갈망할 것이다. 이들은 메타버스 세상에서 자신이 만든 아바타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함으로써 이런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다.”

―알파세대는 성인이 되면 어떤 삶을 추구하게 될까.

“알파세대는 장기간 교육을 받느라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마련 등 성인으로서의 삶을 늦게 시작한다. 이에 따라 밀레니얼 부모는 알파 자녀를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돌보는 처지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술이나 탄산음료를 덜 소비하게 되고 식물성 단백질을 즐겨 소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사업 모델이 표방하는 것처럼 ‘인생은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는다. 부동산 역시 투자 개념으로 구입한 뒤 임대를 놓고 다른 집을 빌려 사는 ‘렌트베스터(Rentvester·Rent와 Investor의 합성어)’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강지남 DBR 객원기자 jeenam.kang@gmail.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알파세대#애슐리 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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