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부동산·코인 진출 허용 추진…금산분리 완화 ‘시동’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19일 1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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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은행 등 전통 금융사들도 부동산 등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빅블러(Big-blur)’시대에 발맞춰 은행 등 전통 금융사들의 사업 진출 범위가 통신, 가상자산, 유통 등 비금융 업종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화, 빅블러 시대에 대응한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위는 36개 금융혁신 세부 과제를 우선 선정하고, 그 중 하나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의 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다.

금산분리란 은행 등 금융 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 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이 원칙에 따라 기업이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거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현재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은행과 보험사들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예컨데 현재 A은행은 다 UX·UI(사용자환경·경험) 디자인 회사,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 인수를 희망하고 있지만, 은행법상 비금융 회사에는 15% 이내 지분투자만 가능하다는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은행 역시 음식배달중개 플랫폼 비즈니스 영위를 희망하고 있지만 부수업무로 인정받지 못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임시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디지털화,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기존 금융규제들이 디지털 현실에 적합하게 기능하지 못하고 있어, 현실에 맞게 새로운 규제체계를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상관없이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금융회사와 빅테크 모두 디지털 혁신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며, 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이러한 세 가지 원칙하에 기존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업무범위가 확대되고,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 허용하는 방안이 현실화되면 은행들도 음식배달, 통신, 유통, 가상자산업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은행법 감독 규정상 은행의 자회사로 둘 수 있는 업종은 은행업, 금융투자업, 보험업, 상호저축은행업무, 여신금융업 등 15개로 제한돼 있다.

보험사들도 자회사 규제가 완화될 경우 상조서비스 등으로 진출이 가능해지고, 디지털 플랫폼 기반 서비스 또는 신사업 추진을 위해 다른 비금융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사 자회사 투자 비중 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결론을 낸 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늦다는 지적도 있고, 속도감 있게 움직이지 않으면 기술·산업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그 목적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확장보다는 금융업의 혁신산업 진출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금융규제 혁신은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빅테크, 가상자산 등 새로운 산업이 나오고 있는 만큼 우리 금융회사, 빅테크들을 위해 관련 규제를 고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회의에서 “경제의 디지털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기능 확대라는 관점에서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및 업무범위를 중심으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는 기존의 규제 틀과 시장의 발전 사이에 발생하는 충돌을 해소하고 이미 진행중인 금융­·비금융간 융합·발전을 제도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또 “빅블러 현상 등 금융산업의 변화 및 향후 전망, 제조와 판매 등 금융기능간 차이 등을 고려할 때 금융회사의 자회사 투자 및 업무범위 규제에 수정이 필요한 단계에 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금산분리 취지의 제도 중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소유 규제에 대해서는 “빅테크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장기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또 전업주의 규제 합리화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중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금융회사들이 금융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는 대출상품만 가능한 예금·보험상품에 대해서도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검토하고, 은행권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금융 플랫폼 등을 추진한다.

아울러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의 책임 있는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국내 가상자산 발행(ICO)을 통해 가상자산업 영위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국내 ICO금지에 따라 해외에서만 ICO 진행되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선 ▲신탁 제도 개선 ▲대체거래소(ATS) 도입 등을 추진하고, 이러한 혁신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감독 행정도 개선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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