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찾는 쌍용차노조 “선제 자구안 진행중, 노사 따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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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매각 추진 쌍용차 공장 가보니

‘적기생산! 안정공급! 경영위기 극복하자!’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제1조립 공장에 최근 공정(工程) 하나가 추가됐다. 경영 정상화 의지를 강조한 플래카드 바로 아래에 확보된 공간에서다. 아직 작업이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쌍용차로서는 위기 극복의 열쇠를 쥔 곳이다. 이곳에서는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해 쌍용차가 내놓을 전기차 하부구조를 조립하게 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금이야 그냥 건너뛰지만 머지않아 쌍용차의 현재가 될 중요한 장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공장 내부에는 회사의 생존 여부를 걱정하는 불안감과 향후 출시될 신차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제1공장에서는 코란도, 티볼리, 티볼리 에어 등을 만들고 있는데 하반기(7∼12월) 중 신규 전략 차종인 ‘제이백(J100)’도 생산이 시작된다. 박진하 조립1팀 기술수석은 “매각 관련 소식에 일희일비하다가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쌍용차 노조, “재매각엔 노사 구분 없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77일간 공장 문을 모두 걸어 잠그며 파업한 이른바 ‘옥쇄파업’ 이후 강성노조 꼬리표가 달렸다. 이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새 주인을 찾는 매각 절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인수를 하고 싶어도 향후 구조조정과 생산성 증대 등을 추진하려면 노조의 협조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선목래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이미 올해까지 13년간 무쟁의 무파업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재매각 절차에 노사가 따로 없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 자구안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쌍용차는 현재 생산직은 2개 조, 사무직은 3개 조로 나눠 매월 1개 조씩 돌아가며 무급휴업을 시행하고 있다. 급여 또한 20% 삭감했고 모든 복지 혜택도 없앴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비 인건비가 12% 정도 절감됐다는 게 쌍용차 측의 설명이다. 당분간 신규 인력 채용도 없어 정년퇴직 인원이 1년 평균 150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자연감소분으로만 인력 구조조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또한 과거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던 간부들 중 4분의 1이 생산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노조가 쓰던 전용 차량도 모두 회사에 반납했다. 더불어 경영 정상화가 이뤄질 때까지 쟁의 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선 위원장은 “시너지와 자본력을 갖춘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 새 주인 찾기 목전, 생산량 1만 대 넘기가 숙제
시간당 최대 30대까지 만들 수 있게 설계된 조립 1공장은 현재 부품난 등으로 시간당 20대를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올 뉴 렉스턴, 뉴 렉스턴 스포츠 및 칸을 생산하는 3공장까지 합해도 시간당 42대 정도다. 체어맨 등 단종 차량을 만들던 2공장은 현재 가동이 중단돼 있다. 생산 속도가 이렇다 보니 주문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출고 잔량을 줄이기 위해 공장별 인력 전환 배치도 단행했다. 지난달 생산량이 8596대로 1월의 7540대 대비 1000대 이상 늘어난 배경이다. 신차가 나오는 하반기에는 2교대 체제로 전환하며 이를 1만 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출시가 예정된 제이백의 상품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하반기 티볼리와 코란도의 영광을 재현하며 새 주인 찾기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서울회생법원은 14일 쌍용차의 재매각 절차에 대해 ‘스토킹 호스’(수의계약 후 공개입찰) 방식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5월 중순이면 인수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곳은 쌍방울그룹, KG그룹, 파빌리온 사모펀드 등이다.



평택=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쌍용차#노조#새 주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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