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못 준답니다”…러시아 디폴트 위기에 수출 中企 생존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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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15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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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2.3.8/뉴스1 © News1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2.3.8/뉴스1 © News1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지면서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이 대금결제에 차질을 겪고 있다. 현지 경제불안이 지속하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어서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16일 달러화 표시 국채 2개에 대해 1억1700만달러 상당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지급하지 않으면 3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디폴트에 빠진다. 러시아가 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는 외환보유액 중 일부인 중국 위안화를 통해 채권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고, 이마저도 서방 은행들에 차단되면 통화가치가 폭락한 루블화로 채무를 지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러시아는 자국에 제재를 취한 비우호국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진 해외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기업 차원에서의 대금결제 거부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러시아나 벨라루스에 장비나 부품을 납품한 수출 중소기업들이 달러로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초체력이 받쳐주는 대기업은 유동성 위기를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이같은 사태를 버텨낼 체력이 없다.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던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에 접수된 우크라이나 사태 피해접수 건수는 현재까지 512건 386개사에 달한다. 이중 절반 이상인 279건(54.5%)은 대금결제 차질을 호소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접수된 피해사례 208건 중에서도 144건(69%)은 대금결제 애로 건이다.

스위프트 제재로 러시아 은행들의 달러 결제가 막혔는데 대금회수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수출기업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 기업 입장에서도 현지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에 상환해야할 대금부담이 늘어나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중소기업의 러시아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27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전체 중소기업 수출의 2.8%다. 중소기업 수출액으로는 10위 국가다. 수출 업종의 26%는 자동차 부문이다. 대금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데 현대차 러시아 공장 등 가동이 중단되면 납품선 마저 끊긴다. 유동성 위기를 견뎌낸다 하더라도 매출타격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분야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제공) 2022.3.7/뉴스1 © News1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분야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제공) 2022.3.7/뉴스1 © News1
경제제재 대상에 포함된 벨라루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 거래기업과는 아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한 수출 중소기업은 6021개다. 이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비중이 30% 이상인 기업만 1828곳에 달한다.

조용석 한국무역협회 실장은 “스위프트 제재에 더해 디폴트 위험까지 커지면서 중소 수출기업의 대금결제 미회수에 따른 피해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기업은 한 품목만 수출이 막혀도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는 만큼 대출 상환기간 연장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긴급경영안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상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수출비중이 30% 이상인 기업이다. 기업당 최대 10억원이 지원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위기 해소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전쟁에 따른 경제 불안이 장기화됐을 경우에 대비해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지원안을 고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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