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재엔 60세 정년 없다”… 산업계, 시니어 고용연장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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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령자 계속고용’ 재추진에 삼성電-SK하이닉스 등 속속 도입
“고령화-인구절벽에 선제적 대응” 사내대학 교수 임용해 지식 전수도
日서도 정년 폐지 움직임 확산

정부가 최근 60세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재추진 계획을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에서도 기술인재를 중심으로 정년 이후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서 노동인구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산업계의 시니어 고용이 늘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우수 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지난해 11월 인사제도 개편안 발표 당시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현재 세부적인 자격 요건 등 구체적인 지침을 내부 검토 중이다. 삼성 측은 “고령화와 인구절벽 등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이 존중받는 사내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2018년 12월부터 우수한 기술 전문가를 대상으로 정년이 지나도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에 정년 적용을 받지 않는 ‘명예 엔지니어’ 1호 대상자를 배출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강조하고 싶은 첫 번째 변화는 훌륭한 기술 인재에게 정년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외에도 주요 임원들이 퇴직 후 SK하이닉스 사내 대학인 ‘SKHU(SK Hynix University)’ 전문 교수진으로 임용돼 보유 지식을 전수하는 제도인 ‘전문 교수 제도’를 시행 중이다. 실무 현장 근무와 별개로 아랫세대에 오랫동안 쌓은 경륜을 전달하는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LG전자도 특화된 기술력 보유자를 비롯한 우수 인재의 경우 정년이 지나도 개별 컨설팅 계약을 통해 자문 역할을 맡기는 등 이와 비슷한 사례가 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인 제도 명칭은 없지만 내부에서 탄력적으로 우수 시니어 인력을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를 겪은 일본은 기업들이 나서서 고령자 채용을 확대하는 한편 정년을 아예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 가전판매 대기업인 노지마는 정년 이후 임시직 재고용 정책의 상한이었던 80세 제한을 지난해 10월 폐지했다. 다이킨공업도 정년 이후 재고용 기간을 65세에서 70세로 늘렸다. 제조기업 YKK와 미쓰비시케미칼 등은 정년 연장에 이어 정규직 정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국내에서도 생산인구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주요 산업계를 필두로 이 같은 움직임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이달 10일 정년 이후에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할 과제”라며 “높은 인건비 부담, 신규 채용 위축 등 우려도 있는 만큼 기업 안팎에서 중장기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고령자 계속고용제도#고령화#인구절벽#노동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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