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무더기 폐업 불가피…살아남아도 24곳 ‘반쪽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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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2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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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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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고 마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거래소 63곳 가운데 29곳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무더기 폐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은 29곳 중 24곳도 원화 대신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로 다른 코인을 사고파는 ‘반쪽짜리’ 영업을 하게 됐다.

이들 거래소에 투자자들이 맡긴 돈이 최소 2조3000억 원을 웃돌아 원화 거래를 계속 이어가는 4대 거래소로 투자금이 대거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가상자산 사업자 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거래소 폐업이나 원화 거래 중단 여부를 확인하고 미리 돈을 인출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 중소 거래소 24곳 ‘반쪽 영업’
22일 금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모두 29곳이다. 이 가운데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만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좌까지 확보해 금융위에 신고서 제출을 마쳤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24일까지 은행 실명 계좌와 ISMS 인증을 받아 당국에 신고해야만 영업을 계속 할 수 있다. 은행 실명 계좌 없이 ISMS 인증만 받은 25개 거래소는 원화로 코인을 사고파는 ‘원화 마켓’을 중단하고 코인 간 거래만 취급하는 ‘코인 마켓’만 운영할 수 있다.

금융위는 “24개 거래소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원화 마켓 종료를 안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고팍스는 “금융사와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원화 마켓은 현재와 같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이 29개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 거래소들은 25일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 당국은 최소 1주일 전에 영업 종료 예정일과 자산 환급 방법 등을 이용자에게 공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거래소는 공지도 없이 운영하는 것이 적발돼 금융당국은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관련 정보를 넘겼다.

● 최소 2조3000억 원 ‘머니 무브’ 가능성
원화 마켓이 중단되더라도 거래 중단일로부터 최소 30일간 예치금을 원화로 출금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마다 출금 기간이 달라 공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는 “거래소의 신고 여부, 영업 중단 계획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며 “불안하다면 예치금과 가상화폐를 일단 빼두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이날 점검회의에서 “ISMS 인증을 받지 못한 사업자를 이용하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인 마켓만 운영하는 거래소에서 정상 영업이 가능한 4대 거래소로 ‘머니 무브’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 따르면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 18곳의 투자자 예치금은 지난달 말 현재 2조3495억 원으로 집계됐다. 18곳에 가입한 투자자는 221만6613명(중복 포함)에 이른다. 고팍스(56만608명)가 가장 많고 비둘기지갑(43만823명) 후오비(33만7981명) 순이다.

4대 거래소 중엔 업비트의 예치금이 42조9764억3000만 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빗썸(11조6245억3000만 원), 코인원(3조6213억4000만 원), 코빗(1조1592억6000만 원) 순이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4대 거래소에 없는 코인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나중에 가상화폐로 교환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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