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전도, 아이오닉5 1등급 〉 테슬라 2등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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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전기차 충돌시험 결과

“탕!”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충돌시험장. 이곳에 놓인 차량의 운전석과 뒷좌석 양쪽에는 충돌시험용 더미(시험용 마네킹) 3개가 놓여 있었다. 1.4t의 충돌시험용 파란색 차량이 시속 60km로 달려와 운전석 쪽 측면을 때리자 굉음과 함께 유리와 차 파편이 튀었다. 10초 남짓 진행된 시험에서는 더미와 차량 곳곳에 달린 센서가 충돌 전후의 상태 변화를 측정했다.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 승용차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테슬라 모델3의 안전도 평가(KNCAP) 충돌시험이 올 4∼7월 진행됐다. 본보 취재진은 모델3 시험이 열린 6월에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한 나머지 시험도 방식은 같았다.

17일 국내에서 처음 진행된 전용 전기차 안전도 평가 결과가 나왔다. 충돌, 보행자 안전, 사고 예방 등 3개 부문, 19개 항목에 점수를 매겼다.

○ 모델3 사고 예방, 아이오닉5 일부 경고 장치 미흡

시험 결과, 아이오닉5는 92.1점으로 1등급을 받았고 모델3는 83.3점으로 2등급이었다. 아이오닉5 점수는 2018년 현대차 싼타페가 받은 92점과, 모델3는 한국GM 볼트EV(84.7점)와 비슷했다. 다만 충돌시험에서는 두 차 모두 만점에 가까워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모델3는 점수로만 따지면 1등급이었지만 보행자 안전에서 2등급이라 종합 2등급을 받았다.

모델3는 사고 예방에서 감점이 컸다. 이 시험은 사람, 사물 등이 복잡하게 등장하는 국내 도로 환경을 재현해 진행했다. 모델3 비상자동 제동 장치는 시속 20km 주행에서 제때 작동하지 않아 전방에 길을 건너는 자전거를 들이받았다. 차로 유지 지원 장치는 시속 65km 곡선 주행 때 차선 이탈을 바로잡지 못했다. 연구원 측은 “모델3는 후진 중 후측방에서 다른 차가 다가오는 걸 감지하는 후측방 접근 경고 장치가 장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이오닉5는 후측방 접근 경고 장치의 사선주차 충돌 경고 및 충돌 방지 평가에서 일부 미흡한 점수를 받았다. 이 장치와 사각지대 감시장치가 별도 옵션(선택 품목)으로 판매되는 점 또한 감점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시속 60km 미만 주행 때 자전거를 감지해 제동 장치가 작동하는 등 비상자동 제동 장치가 차로 유지 장치와 함께 만점을 받았다.

보행자 충돌 시험에서는 모델3에 부딪히는 게 아이오닉5에 부딪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험은 시속 40km로 주행하는 차에 부딪힌 보행자의 의식불명, 머리 함몰 골절 가능성을 측정한다.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이번 시험에서는 명확한 원인이 제시되지 않았다.

충돌 후 고전압 배터리 전원 차단은 두 차종 다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모델3에서 사고 등으로 인한 저전압 보조전원 차단 시 뒷문을 안에서 수동으로 못 여는 현상은 이번 시험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 “보다 구체적 안전 기준-평가 필요” 지적도
국토교통부에 다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18만 대를 넘었다. 아이오닉5와 모델3는 각각 8628대, 6297대 팔리며 전기차 등록 2, 3위였다. 1위는 트럭인 현대차 포터2 EV였다. 모델3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안전도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긴 했지만, 이는 충돌시험만 평가한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전기차 안전을 평가하는 구체적 기준과 시험 경험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와 연구원은 올해 안에 기아 EV6, 메르세데스벤츠 EQA의 시험을 벌일 계획이다. 김정희 국토부 자동차정책관은 “친환경차 구매와 자동차의 자율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미래차 전환 시기인 점을 반영해 KNCAP의 시험 항목을 고도화하고, 평가의 새로운 기준 또한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화성=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전기차#충돌시험#아이오닉5#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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