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發 ‘토지거래허가제’…재건축 집값 안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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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21일 0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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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 호가 2~3억 급등…매수심리 다시 상승
"집값 불안"…吳 '재건축 완화'서 '속도 조절'로 선회
정부·서울시 협의로 공공·민간 재건축 방향 구체화

“이미 오를 만큼 올랐는데, 이제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지난 20일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 단지의 호가가 급등했으나, 매물이 거의 없어 거래 자체가 안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라며 “간혹 나오는 급매물도 기존 매맷값보다 2~3억원 넘게 호가가 올랐다”고 전했다.

규제 완화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앞세워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최근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급등하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보궐 선거 당시 ‘재건축 속도전’을 공약했던 오 시장이 되레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규제 완화에 따른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 단지 위로 집값이 급등하고, 8주 연속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꿈틀거리는 등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제히 상승 폭을 키우면서 주변 지역 집값을 자극하는 부작용 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상승해 전주(0.05%)보다 0.02% 올랐다. 매매가격 상승률은 2월 첫째 주 0.10%를 찍은 이후 0.05%까지 감소하다가 오 시장 취임 전후(6~12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강남구가 0.08%에서 0.10%로, 서초구는 0.08%에서 0.10%, 송파구는 0.10%에서 0.12%로 각각 올랐다. 강북권에서는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은 노원구가 0.09%에서 0.17%로 급등했고, 영등포구도 0.04%에서 0.07%로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 강화와 공급대책 영향 등으로 대체로 관망세를 보였지만 압구정, 잠실 등 강남권과 노원·영등포 등 최근 규제완화 기대지역 위주로 상승하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이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차(전용면적 117.9㎡)는 지난 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이 상승했다. 또 현대아파트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달 15일 63억원(10층)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실거래가격 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올랐다.

오 시장 취임 이후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3을 기록했다. 지난주 96.1을 기록하며 4개월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졌다가 한 주 만에 다시 기준선 위로 올라왔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 시장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최근 주요 재건축단지 등에서 호가가 오르는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지정을 검토 중에 있다”며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 국토부 등 중앙부처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시·도지사가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등하는 지역이나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택 거래 시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매매나 임대가 불가능하고, 실거주를 해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제도의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강남 지역 절반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 못한 탓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전망과 현재의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대치·삼성·청담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했으나, 거래량이 줄면서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고,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단기적으로 거래가 줄면서 가격을 동결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서울시에서 집값 안정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외에는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로 급등한 재건축 단지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를 기점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값이 급등한 강남과 노원 지역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을 경우 주변 다른 지역의 집값을 자극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미 지난해 강남의 절반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거래가 줄고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등 당초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현재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입주권 거래가 불가능한데 이를 추진위 단계로 앞당기면 투기 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공공과 민간의 재건축 기준과 방향성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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