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소비자-판매자 모두 ‘영상의 힘’ 편히 누리게 차별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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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거래액 20배 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

모바일 생방송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가 유통업계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 비디오와 이커머스를 결합해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면하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급감한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의 판로를 열어주고 막힌 숨통을 틔워주면서 온라인 비대면 트렌드의 선봉에 섰다. 특히 최근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플랫폼을 비롯해 이커머스 업계 대표주자인 쿠팡, 티몬 등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이 업계의 선두주자는 201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커머스 전용 플랫폼을 론칭한 스타트업 ‘그립’이다. 그립을 이끄는 김한나 대표(41)는 라이브 커머스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영상 통화하듯 소통할 수 있고 바로 주문, 결제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앞세워 2020년 언택트 소비 열풍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0년 한 해 거래액은 243억 원을 돌파했고, 월별 거래액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20배 증가했다. 네이버, 카카오 출신 8명이 함께 이끈 그립은 어떻게 코로나 사태 이전에 시장 기회를 포착해 대형 유통사나 빅테크보다 한발 앞서 선발주자의 이점을 누릴 수 있었을까. 그립의 성장 전략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월 1호(316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사용자의 ‘극단적 편리함’에 집중

그립의 창업 멤버들 가운데 커머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네이버의 카메라 앱 ‘스노우’,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 등 수많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영상 서비스를 해 왔던 이들이 아는 것은 오로지 ‘영상이 가진 힘’뿐이었다. 영상은 인쇄된 활자나 정지 상태의 이미지보다 훨씬 더 다양한 오감을 자극하고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때문에 커머스 매체로서 강점이 뚜렷했다. 소비자들은 구매 전에 믿을 수 있는 제품인지, 식품의 원재료나 옷의 재질 등을 직접 보고 꼼꼼히 따져보길 원하는데 영상은 쇼핑의 경험을 구현하면서 이런 욕구를 충족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그립에서는 라이브 커머스 전용 크리에이터 ‘그리퍼’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를 돕는다. 가령 연예인 출신의 그리퍼들이 직접 메이크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질문에 답한다. 그립 제공
그립에서는 라이브 커머스 전용 크리에이터 ‘그리퍼’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를 돕는다. 가령 연예인 출신의 그리퍼들이 직접 메이크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소비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질문에 답한다. 그립 제공
그렇게 ‘라이브 영상의 커머스화’라는 큰 그림만 가지고 출발한 이들은 상품 구성이나 소싱, 풀필먼트 등 기존 이커머스의 성공 공식보다는 영상의 경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만 골몰했다. 소비자는 물건을 눈으로 보면서 궁금한 점을 바로바로 질문하고 답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사고 싶은 순간에 살 수 있어야 했다. 제품의 하자를 숨기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기는 건 아닌지 따져보기 위해 “더 가까이 보여달라”, “생산 과정을 알려달라”고 거침없이 요구할 수도 있어야 했다.

한편 판매자는 모바일이 친숙하지 않고 아무런 기술이 없어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영상 통화하듯이 팔 수 있어야 했다. 누구나 비싼 카메라로 찍은 고화질 영상과 번듯한 스튜디오 환경, 콘텐츠를 기획할 작가와 PD를 대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 대표는 “그립은 처음부터 ‘엔드 유저(end user)의 극단적 편리함’만을 고민한 서비스였다”고 설명했다.

○ ‘누구나 팔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고객들의 편의와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그립은 ‘누구나 팔 수 있어야 한다(Everyone can sell)’라는 명확한 사업 철학을 바탕으로 소상공인들에게 방송에 대한 자율권을 주고, 영상 진입 장벽을 허무는 데 주력했다. 라이브 커머스의 장점은 별도로 영상을 편집할 필요가 없어 제작에 품이 들어가지 않고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앱 사용을 쉽게 설계했다 해도 소규모 편집숍 등의 판매자들은 모두 방송 경험이라고는 한 번도 없는 초짜들이었다. 당연히 영상을 켜고 끄는 것조차 낯설게 느꼈다.

이에 그립은 낯가리는 초보 이용자들의 매끄러운 생방송을 돕기 위해 방송 진행만 전문으로 맡아줄 ‘그리퍼’(그립의 라이브 커머스 전용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했다. 연예인을 불러 모은 것은 단순히 인지도의 힘을 빌려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경험이 아예 없는 일반인들이 라이브 커머스 노하우를 빠르게 익히고 따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려는 취지였다. 그리고 방송을 잘 아는 그리퍼들과 함께 라이브 커머스에서만 가능한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며 ‘라이브 커머스는 재미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 방송 분량이 정해져 있는 홈쇼핑 등과 달리 라이브 커머스는 시간제한 없이 계속되고 여러 돌발 변수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면서 현장감을 극대화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렇게 소비자 참여를 유발하는 예능형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자 개별 그리퍼들도 주목을 받고 충성 고객을 하나둘 확보하기 시작했다. 범접하기 힘든 메가 인플루언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잘나가는 옆집 언니나 형’ 정도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이렇듯 그립은 그리퍼를 통해 리얼리티 예능의 오락 요소를 콘텐츠에 접목하고 스토리를 입힘으로써 소비자들의 몰입감과 참여율을 높였다.

물론 그립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가 성장의 촉매제가 됐지만, 플랫폼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기 전에 시장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경기 침체에 따른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급팽창이 회사에 ‘양날의 검’인 셈이다. 김 대표는 “소상공인 누구나 쉽게 팔 수 있어야 한다는 지향점을 잃지 않는 한 코로나 이후에도 경쟁 우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소비자#판매자#영상의힘#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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