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미국의 아킬레스건 된다…“유력한 대안은 한국”

뉴스1 입력 2021-03-01 07:46수정 2021-03-0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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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미국 정부가 앞으로 자국 내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품목 중 하나로 ‘전기차 배터리’를 찍었다. 앞으로 필요한 배터리가 막대한 수준이지만 중국 제품은 배제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이 대안이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나온다.

지난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칩과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분야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을 100일 동안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핵심인 이들 품목의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

이 중 앞으로 미국 산업계에서 수급이 가장 문제가 될 만한 품목으로는 배터리가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6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25%’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배터리 수급 전망을 살펴보면 달성이 만만치 않아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인 IHS 마킷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653만대로 예상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13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해야 하는 셈이다. 전기차 1대당 약 60~80킬로와트(KWh)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250~330기가와트(GWh)의 배터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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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배터리의 총 용량은 142.8GWh다. 앞으로 미국에서만 지난해 전세계 공급량의 두배 이상의 배터리가 매년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관용차 등 공공기관 차량 300만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고 버스도 2030년까지 모두 전기버스로 전환할 방침이어서 배터리가 더욱 부족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렇게 막대하게 필요한 배터리를 미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수급할 방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일본의 파나소닉, 중국의 ASEC 등 4곳 뿐으로 미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미국 정부가 해외 배터리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 해도, 이들 기업 입장에선 자국이 아닌 이상 해외 설비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올해 당장 돈을 쏟아부어도 일정 수준의 배터리 생산 시설을 갖추는 데 7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지역에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현지에선 ‘이젠 관용차도 못 만들 것’이란 자조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은 국내 부품을 60% 이상 활용한 차만 관용차로 인정하는데, 전기차 원가의 40% 이상인 배터리가 없다면 이 비율을 채울 수 없어서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도 이런 위기감을 직접 느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5일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한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대규모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야 하고 이를 정부와 협의하겠다”며 “전기차 출시를 방해할 수 있는 공급·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터리 생산을 내재화(insourcing)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이런 미국의 상황이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바이든 정부의 이번 행정명령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만큼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부품에 대한 미국의 중국 의존도가 낮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통적인 동맹국인 한국·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배터리 수급난의 대안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중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량 기준 세계 1위인 중국의 CATL은 미국 내 투자 계획이 없고, 테슬라·도요타 정도에만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의 파나소닉은 현재 공격적으로 증설 중인 한국 기업만큼 미국 내 외형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다. 바이든 정부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한국 기업에 혜택을 주며 투자 확대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포드 CEO가 요청한 대로 미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산업을 키울 경우에도 그 파트너로 한국 기업이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당장 배터리 기술이 없는 상황에선 선도 기업과의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이를 확보해야 하는데,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의 기술은 중국보다 크게 앞서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GM도 LG에너지솔루션과 JV를 설립해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번 미국 정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지아주(州)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공장의 가동이 절실한 미국 정부가 최근 SK의 국제무역위원회(ITC) 패소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세계 3대 시장인 미국 시장이 우리 텃밭이 될 수 있는 기회”라며 “하루라도 빨리 미국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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