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하이닉스 연봉 반납’ 카드까지 내민 배경은?

  • 뉴시스
  • 입력 2021년 2월 2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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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성과급 예정대로" 공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 SK하이닉스 연봉을 전부 반납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 회장이 연봉 반납이란 카드마저 꺼내든 데에는 SK하이닉스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경기도 이천캠퍼스 본사에서 진행된 M16 공장 준공식 현장에서 SK하이닉스 노동조합 소속 일부 직원들은 성과급과 관련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의 40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생산직과 기술사무직 등 대부분 직군에 연봉의 20%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7일에는 기본급의 100% 수준의 지난해 하반기분 생산성 격려금(PI)도 지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직원들은 동종업계 경쟁사에 비해 성과급률이 낮게 책정됐다며 PS 지급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경우 PS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연봉의 47%(기본급의 940%)를 받았다.

직원들은 지난해 영업이과 직원수, 시설투자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하면 이처럼 성과급 차이가 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조216억원)이 전년 대비 84% 증가했는데 성과급 규모가 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준공식 현장에서 직원들의 성과급 관련 불만을 알고 있다며 자신의 연봉을 전부 반납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그 다음 조치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9년 기준 연봉 30억원을 수령했는데, 지난해 연봉도 3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전체 임직원에게 나누면 10만원가량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시각이다.

한 직원은 “회장 개인의 연봉 반납으로 상쇄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확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직접 노조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노동조합에 따르면 전날 박 부회장은 전임직(생산직) 노조 측에 조만간 성과급 관련 논의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회사 안팎에서는 양측이 이번 만남을 통해 최근 성과급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 부회장 등 일부 경영진과 전임직 노조만 참석하며, 기술사무직 노조 측은 배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2일 사내 공지를 통해 PS가 기존 결정안대로 기본급의 400%가 지급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은 분위기다.

이 사장은 공지를 통해 “작년 성과급은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플러스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며 “이 산정 방식에 따라 나온 작년 성과급 수준이 구성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는데, 여러분의 아쉬움과 실망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연중에 성과급 예상 수준과 범위에 대해 소통해 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성과급 외에 사측의 인사 평가안에 대한 내부 불만도 새어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기술직사무직지회는 회사가 기술사무직을 대상으로 도입한 인사 평가 제도 ‘셀프-디자인(Self-design)’에 대해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사무직의 연봉은 기준급, 업적급으로 구성되는데, 셀프 디자인을 적용하면 임원이 업적급 적용률을 큰 폭으로 조정할 수 있어 연봉이 불합리하게 삭감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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