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소득-가상화폐 과세 등 정부 증세안, 국회서 잇단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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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세법개정안 의결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1인법인 등에 대한 유보소득 과세가 무산되는 등 정부가 내놓은 증세 방안들이 잇달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가 정부의 과세 방침에 제동을 걸면서 향후 세수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세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정부안을 일부 보류하거나 수정했다.

여야는 1인법인 등 개인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에 과세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부터 개인유사법인이 배당하지 않고 쌓아둔 돈(초과 유보금)을 주주에게 배당한 것으로 보고 배당소득세 15.4%를 물리려고 했다. 주주 1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1인법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80% 이상을 보유한 가족법인 등 개인유사법인이 대상이었다.

정부는 개인사업자들이 ‘무늬만 법인’을 설립해 임대소득 등의 소득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과세 방침을 꺼내 들었지만 가족법인이 많은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에 국회는 코로나발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내년 시행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는 내년부터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도 종합부동산세를 낼 때 고령자 및 장기보유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는 내년부터 고령자와 장기보유의 합산공제율 한도를 70%에서 80%로 상향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이로 인해 공동명의 보유자들의 절세 혜택이 사라진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단독명의 1주택자에게만 적용하던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이다.

내년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도 3개월 미뤄져 2022년 1월부터 시작된다. 가상화폐 거래소 등 업계에서 과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과세 시기를 미뤄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도 현행 세율(mL당 370원)이 유지된다. 당초 정부는 흡연 효과를 산정해 내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을 mL당 740원으로 상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야는 내년부터 잎담배뿐 아니라 뿌리, 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세율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

기재위가 세입 확충 방안들을 일부 후퇴시키면서 정부는 수백억 원대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수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 세수 효과를 반영해 세입예산안을 짤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내년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세금 감면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회가 전반적으로 조세 강화에 소극적이라 앞으로도 증세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유보소득#가상화폐#증세안#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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