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향한 OECD의 조언 “최대 화두는 생산성… IT 적극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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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13일 16시 41분


2018.1.11/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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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점인 IT와 디지털 분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것이 현재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라고 할 수 있다.”

13일 <뉴스1>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범진완 이코노미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범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된 ‘OECD 한국경제 보고서’(OECD Economic Review of Korea 2020) 작성에 공동으로 참여한 경제 전문가다. 수화기 너머로 그의 나지막하고 침착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휩쓴 한국이 당면한 과제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OECD의 진단을 두고 조목조목 설명을 이어나갔다.

◇“경제성장률 제고 위해 ‘낮은 생산성’부터 해결해야”

그는 한국의 우선 과제로 ‘생산성 강화’를 꼽았다. 물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GDP) 감소폭은 OECD 평균에 비해선 적다. OECD는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차적으로 확산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올해 -0.8%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OECD의 6월 전망치(-1.2%)보다 상향 조정된 수치이다.

이를 두고 OECD는 “한국이 충격에서 회복하는 속도 또한 더디다”며 “코로나19 위기의 여파는 오래 지속될 것이며,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인구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과 관련된 도전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OECD는 한국의 IT기술에 주목했다. 첨단 IT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범 이코노미스트 역시 “전 세계적으로 IT 기술을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의 IT 산업 역량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IT 제조업의 생산성은 높은 반면 IT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낮으며, 세대간 디지털 격차도 크다. 특히 55~65세 고령층에 있어선 다른 나라보다도 디지털 역량이 한참 낮은 수준이다.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디지털 분야 생산성 격차 또한 크다.”

◇“한국, 상대적으로 고용 충격 컸다”…OECD ‘신(新)고용전략’ 제시

그는 한국의 현재 고용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고용 충격이 컸고 특히 저소득층이나 서비스 분야, 청년의 고용 불안전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을 상대적으로 잘했지만 향후 고용문제에 주안점을 두고 먼저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OECD의 ‘신 고용전략’을 소개했다. 신 고용전략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포용적 성장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OECD는 이러한 전략의 우선순위를 숙련도가 높은 한국 여성의 고용률 향상과 고용의 질 제고에 뒀다.

OECD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고령 노동자의 일자리 질 개선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직업교육과 진로상담을 강화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도 촉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 속에서 한국 정부가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 고용 창출의 선순환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장기적인 과제이기도 하다고 범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그는 한국 고용시장의 취약 계층인 노인, 여성, 청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노인 고용 비율이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상대적 빈곤률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 수준이다. 여성의 경우도 출산 등의 이유로 경력단절이 생긴다. 청년은 임금이 높은 대기업,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 여전히 낮은 수준…간접세 늘릴 필요”

더 나아가 ‘낮은 삶의 질’과 ‘불평등’ 역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수십년간에 걸친 놀라운 소득 증가에 비해 주관적 건강 수준, 환경의 질, 일과 삶의 균형 영역에서 삶의 질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에 비해 조세와 복지정책을 통한 소득 재분배 역시 취약하다.

이와 관련해 범 이코노미스트는 ‘증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면서도 “한국의 조세 부담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이 간접세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은 OECD가 2년전부터 줄곧 권고했던 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세부담률은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어느 만큼의 세금을 부담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조세(국세+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조세수입은 GDP의 28.4%로 OECD 평균 34.3%보다도 낮다.

한국이 GDP의 2%가 넘는 국방비를 꼬박꼬박 지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세 수입의 효과는 이보다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비 지출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OECD에서 이스라엘과 미국뿐이다.

OECD가 세금을 내는 사람과 이를 실제 부담하는 사람이 다른 ‘간접세’ 증세 방안을 꺼내놓은 배경이다. 간접세로는 상품을 사고 팔때 부과되는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주세, 인지세, 증권거래세 등이 있다.

◇“건전한 재정이 정부 지출확대 여력 제공…‘고령화’는 추후 재정에 부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한국이 고용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배경엔 탄탄한 재정이 자리잡고 있다. OECD는 한국의 ‘건전한 재정’이 현재의 경기 하강 국면에서 지출을 확대할 여력을 제공한다고 봤다.

범 이코노미스트도 “현재로썬 재정건전성이 좋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에 과감한 재정 정책으로 대응하더라도 당장의 큰 위험은 없다”고 진단을 내렸다.

다만 그는 “한국은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60년 고령화 비율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에 따른 사회 복지 지출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재정에 대한 지출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OECD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배경…“기존엔 더 안좋게 예상했다”

그는 OECD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의 -1.2%에서 -0.8%로 상향조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다른 국내외 경제 기관들이 예상보다 낮았던 지난 2분기 실적을 반영해 연간 GDP 성장률을 줄줄이 하향조정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범 이코노미스트는 “OECD가 기존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더 좋지 않게 예상했기 때문에 이번에 예상치를 올린 것”이라며 “그럼에도 조정폭인 0.4%포인트(p)가 크게 오른 것은 아니며 경제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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