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매물 막차 수요에…‘현금부자’들 강남 아파트로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1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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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부동산 모두 손님 상담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대책이 나온 17일 이후 21일까지 북새통을 이뤘다. 잠실동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 등 4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달 23일부터 대지지분 면적이 18㎡ 초과인 주택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관할구청 허가를 받고 매입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전세를 낀 ‘갭투자’는 물론이고 나중에 입주할 목적의 주택 구입까지 막히는 셈이다. 다만 22일까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 이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17~21일 나흘간 토지거래허가구역 주요 단지에서는 매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잠실동 ‘리센츠’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8억~19억 원이던 시세(전용면적 84㎡)가 대책 이후 21억 원으로 뛰었는데도 매물이 나오는 즉시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18일 21억 원에 팔렸다. 15일 실거래가(19억1000만 원)보다 2억9000만 원 오른 가격이다.

갭투자 매물을 잡기 위한 매수자 간 경쟁도 치열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어제 전세 낀 매물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겠다는 매수자가 있었는데 1시간 차이로 다른 매수자가 먼저 계약을 해버렸다”며 “그 매수자도 집을 안 보고 계약부터 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아파트 대다수는 시가 15억 원이 넘어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23일 규제 시행 전에 서둘러 토지거래허가구역에 ‘갭투자’를 하려는 ‘현금부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 외에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에서도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다음 달 1일부터 주택 구입 시에는 6개월 내 전입하고 실거주해야 하는데, 이달 말까지 계약을 체결하면 이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달 들어 거래가 한동안 없었는데 대책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지난주 내내 매수자가 몰렸다”며 “특히 내 집을 마련하려는 30대 실수요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금부자들이 매수를 주도한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달리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지역에서는 ‘더 이상 늦으면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서둘러 매수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수세는 규제가 시행되면 잦아들 수 있지만 유동자금이 워낙 풍부한 상황이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다른 강남권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공급과 수요 분산 정책이 병행되지 않는 한 서울 집값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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