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드론으로 건설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드론 플랫폼 스타트업 ‘엔젤스윙’은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 투자받을 때 약 350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약 2년 만에 기업가치가 10배 넘게 증가했다.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추세여서 이 회사 가치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급성장세를 보이는 두 스타트업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기업 설립 초창기 유치한 투자금이 성장의 마중물이 됐다는 것. 이 회사의 경영 역량, 후속 투자 유치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해 투자를 결정한 회사는 서울대기술지주회사다.
2008년 설립한 서울대기술지주회사는 이름 그대로 기술지주회사 역할에 주력해왔다. 서울대가 보유한 학내 기술 및 특허 중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과 특허를 출자해 기업을 설립하고, 이 기업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이런 방식으로 설립된 서울대기술지주회사 자회사는 지난해 기준 27개. 약콩두유로 널리 알려진 ‘밥스누’가 대표적이다.
서울대기술지주회사가 기존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틀을 넘어 펀드 조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건 2017년부터다. 이를 주도한 건 2017년 초 투자전략팀 팀장으로 입사한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회사 대표대행(42)이다. 3월 전 대표의 임기 만료로 대행을 맡고 있다.
그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재학 당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2009∼2016년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서비스 기업 ‘나무앤’을 경영했다. 대기업 신사업 태스크포스(TF) 팀장, 초창기 기업 전문 투자사 이사 등을 지낸 다양한 이력도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초기 투자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스타트업의 마중물은 무엇보다 현금 투자’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가 조성한 1호 펀드는 정부가 출자한 모태펀드 비중이 50% 안팎, 서울대기술지주회사 자금이 30%였다. 나머지는 서울대 동문 개인의 출자금이다. 약 60억 원 규모로 ‘오픈더테이블’ 등 1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2호부터는 민간 기업이 참여했다. 4호 펀드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같은 대기업 계열 금융사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도 출자했다. 1일 만난 목 대표대행은 “처음엔 서울대기술지주회사의 펀드 운용 능력에 의구심을 갖던 민간 투자자 및 기업들이 펀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의 성장세를 보면서 투자 역량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기술지주회사 펀드의 특징은 기존 벤처투자사 펀드와 달리 민간 기업 출자 비중이 20% 안팎에 그친다는 것.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일반 펀드는 출자사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자금의 약 80%를 정부 및 서울대에서 조달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뚝심 있게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 30건 이상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있는 목 대표대행의 목표는 ‘1·10·100’이다. 5년 내에 펀드 총 운용자산 규모를 1조 원대로 만들고, 10년 내에 투자 기업 중 10곳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육성하는 것. 또 서울대기술지주회사가 투자한 금액 대비 100배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회사를 10년 내에 탄생시키는 것이다. ‘대학도 투자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목 대표대행은 “향후엔 서울대기술지주회사 자회사에도 펀드로 조성된 현금을 투자할 것”이라며 “투자금이 회수되면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 더 많은 돈이 투자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이 앞장서 건전한 창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