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율 1000%라니…거래소, 원유 ETN 관리 실패 책임론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24일 0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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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규정 포괄적…비판 나올까 적기 개입 어려워
"뒤늦게 거래 제한해 방치…'투기판' 만든 책임 있어"

국제유가 급락으로 유가 연계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에 괴리율이 1000% 이상까지 치솟고 있다. 추가 상장을 하더라도 괴리율을 좁히기 어려워 거래소는 시장 안정을 위해 원유가격이 상승할 때까지 사실상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ETN 투자 위험으로 발행회사 신용위험, 기초자산 가격변동 위험, 파생형 투자상품 투자위험, 유동성 부족 위험, 단기거래 비용증가 위험, 상장폐지 위험 등을 두고 있다.

이중 유동성 부족 위험과 상장폐지 위험이 현재 원유 가격 급락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투자 위험으로 꼽힌다.

유동성공급자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호가를 제시할 의무가 있지만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반드시 호가를 제출하거나 거래를 체결시켜야 하는 의무는 없다. 호가가 충분하게 제시돼 있지 않은 종목의 경우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에 거래할 수 없다.

이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거래정지를 해놓고 유가가 상승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는 두 차례에 걸쳐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했다. 또 거래소가 투자자의 돈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강제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ETN은 발행회사의 자격 유지, 기초지수 요건, 유동성공급자 요건, 규모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발행회사가 중요한 공시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 상장 폐지될 수 있다. 괴리율로 인한 상장폐지 요건은 없다.

거래소는 ETN의 발행규모가 반기말 기준 50억원 미만이거나 반기 일평균거래대금 500만원을 미달하는 경우 관리종목 지정을 통해 관리 소홀 및 소극적 LP 호가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도록 돼 있다.

관리종목 지정에서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경우는 발행자가 ▲투자매매업 ▲자기자본 ▲신용등급 등을 일정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을 때다.

아울러 상품이 ▲지수 산출·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산출 기준 변경 ▲관리종목 사유에 2분기 연속 해당 ▲유동성공급자 자격요건미달·교체사유 발생 후 1개월간 교체가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할 때 상장폐지 요건이 충족된다.

특히 거래소는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지수증권의 상장폐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ETN을 상장폐지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상장폐지 여부 요건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이 규정으로 상장폐지를 결정하면 거래소에 ‘독단적인 상장폐지’로 비판이 가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은 ‘지수 산출·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산출 기준 변경’이다. 지표가치가 0이 돼 전액 투자손실이 되면 지수사업자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이 지수 산출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지수 산출이 중단되면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유가 관련 ETN, ETF들은 속속 조기 청산이 결정됐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유가 급락이 이뤄진 지난달 말부터 미국 상장 유가 3배수 ETN·ETF 6종이 모두 조기 청산 결정됐다.

조기 청산이 결정된 경우 최종 거래일까지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으며 청산일까지 매도하지 않고 보유 시 운용사가 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진 청산가격에 맞춰 청산 대금을 추후에 지급받게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를 하거나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뒤늦게 시작해 투기판을 방치해놓은 셈”이라며 “사실상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도 거래를 제한하지 않았던 것은 명백하게 거래소의 시장 관리 실패”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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