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에 노사 문제까지…‘스몰 3사’ 우울한 연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2일 2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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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올해 400만 대 생산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국 자동차업계에서 연말을 앞두고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뺀 이른바 ‘스몰 3사’에서는 최대 20%가 넘게 판매가 줄어든 데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노사 문제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 르노삼성차 판매량 23% 감소


국내 자동차업계의 위기는 한국GM과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이른바 ‘스몰 3사’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올 1~11월 내수·수출 판매량이 16만476대에 그치며 지난해에 비해 23.3%나 줄었다. 닛산에서 위탁 생산하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생산이 종료되면서 수출이 급감했고 내수 시장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3.4% 줄어든 7만6000여 대 판매에 그쳤다.

한국GM도 올해 1~11월까지 수출과 내수를 합한 판매가 37만8823대에 그쳐 전년 대비 10%가 줄었다. 특히 내수에서는 6만7000여 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판매량이 18.4% 감소했다. 눈에 띄는 신차 출시가 없던 상황에서 기존 모델조차 현대·기아차에 밀린 탓이다.

내수 판매 비중이 큰 쌍용차 역시 같은 기간 11만9000여 대 판매에 그치며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6.2% 줄었다. 소형 SUV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표 모델인 티볼리의 판매가 크게 감소했고 야심 차게 내놓은 신차 코란도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현대·기아차가 쏘나타, 그랜저, K5 등 주요 모델에서 대거 신차를 내놓은 한 해”라며 “나머지 3사가 오래된 모델로 맞서기는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 파업, 임시휴업, 자구안으로 우울한 연말

한국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약점인 노사 문제도 연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스몰 3사는 그동안 현대·기아차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파업 때문에 생산 차질은 물론이고 브랜드 이미지까지 추락하고 있다.

올해 가장 큰 실적 하락을 기록한 르노삼성차 노조는 20일에 6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18~20일까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집중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부분파업을 시작한 것이다.

기본급 인상 등을 놓고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파업에 시달렸던 르노삼성차는 6월에 2018년 임단협을 타결하고 노사가 상생선언문까지 발표했다. 파업에 돌입했지만 휴일인 21일 30% 가량의 조합원이 특근에 나서면서 상당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던 올 상반기와 비슷한 노노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올해 전면 파업이 발생한 한국GM도 노사가 아직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수요 감소 때문에 회사 측이 1교대 운영을 추진 중인 창원공장에서는 노조가 이를 반대하자 23일부터 후반 근무조에 한해 임시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기존의 2교대 체제 대신 주간 8시간만 근무하는 방식으로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집행부 교체 시기에 놓인 노조가 합의하지 않으면서 회사 측 방침에 따르는 근로자를 중심으로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쌍용차 노사는 상여금 200% 반납을 포함한 자구안을 마련해 위기 돌파에 나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판매량 축소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르노삼성차는 노사가 화합하는 모습으로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을 어떻게든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라며 “각 회사가 저마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노사 문제까지 겹치니 더 답답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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