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는 ‘15억 넘는 주택’ 현금으로 샀다…대출 5% 미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1일 0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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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담대 중 15억 초과 주택 대출 비율 3~5% 수준

올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중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대출 비율이 5%도 안되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서울 강남 부동산을 겨냥해 ‘15억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실제 강남 초고가 주택 구매자들의 주담대 의존도는 지극히 낮다는 얘기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잇따르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은 풍부한 현금을 가진 자산가 위주로 재편된지 오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출 규제 조치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억 초과 주택, 올해 은행 담보대출 비율 3~5%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15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올해 취급한 대출은 은행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중 각 3~5%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 1~11월까지 주요 시중은행 5곳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약 30조955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5억 초과 주택 구매자들이 빌린 금액은 아무리 많아도 1조5500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대출액의 95%인 29조4050억원은 15억 이하 주택 구매자들이 빌린 셈이다.

정부가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초고가 주택의 대출을 봉쇄해 서울, 그중에서도 특히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것인데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이 미미한건 최근 강남권 부동산 매물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출없이 현금으로 주택을 사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2019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갖고 있는 개인은 32만3000명으로 1년 전(31만명)보다 1만3000명(4.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자산가의 45%는 서울에 살았고, 그중 46.6%는 ‘강남 3(강남·서초·송파)구에 거주했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전국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있는 15억원 초고가 아파트를 집계한 결과 서울에 있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77%가 강남 3구에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대출 규제로 자금력이 부족한 구매자들이 강남 문턱을 넘어오지 못하게 되면서 현금 부자들이 또다시 강남 부동산을 주워 담을 기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매수세 위축 ‘심리적 효과’ 있을 수도, 실수요자는 ‘피해’

다만 일각에선 ’15억 초과 주택‘ 대출 금지 조치가 직접적으로 강남 집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지 못하더라도 고가 다주택자들의 매수세를 누그러뜨리는 ’심리적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센터 부장은 “자금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정부의 자금출처 전수조사가 부담스러워 대기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고가주택 대출을 전면 금지한 건 자금출처에 대한 증빙이 어려워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수하는 수요에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조치가 여러 주택을 갖지 말고, 매수한 주택에 거주하라는 메시지를 정부가 비교적 명확하게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현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아 집을 늘리려거나 입지가 좋은 곳으로 갈아타려 했던 실수요자나 중산층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이 금지된 것뿐만 아니라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20%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조 연구위원은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모은 돈이 아직 충분치 않고, 청약 시장에서도 가점이 부족한 30대~40대 초반 계층을 중심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일정 가격 이상의 주택 시장에는 아예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고가 아파트의 분포와 시세 움직임을 기준으로 대출 규제를 정하다보니 정작 가격별 대출 규모를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15억 초과 주택의 주담대를 아예 막는 강력한 조치를 내놓았다고 하지만, 이 가격대의 현재 대출 규모로 본다면 이 규제 때문에 자신의 기존 아파트를 팔거나 새로운 아파트를 사지 못하는 강남 부자는 거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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