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소재·부품 경쟁력강화 최우선…예산·세제·금융 전방위 지원”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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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우리도 백색국가서 日제외…국제법상 문제없는 대응"
"WTO 제소준비 박차…국제사회 아웃리치 적극 전개"
"수출규제 품목 반입시 24시간 상시통관지원체제 가동"
"피해기업 국세징수·세무조사·관세조사 등 유예 지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일본 정부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깊은 유감을 뜻을 표하며 정당한 근거 없이 취해진 무역 보복 조치들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4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한 것과 관련,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기 위한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백색국가 배제 조치는 그간 양국이 어렵게 쌓아 온 협력과 신뢰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시작도 책임도 모두 일본 정부에게 있다”며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들을 조속히 철회하고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등이 자리했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일본 정부에 대해 강력히 항의 조치하고 앞으로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일본을 포함한 29개 국가를 백색국가로 지정하고 있다”며 “검토를 거쳐 (일본을 이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그간 일본 정부의 조치에 맞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단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대응되는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조치가 국제법상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성 장관은 우리나라의 백색국가 제도와 관련, “전략물자 관련 고시상에서 ‘가’, ‘나’ 지역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는데 일본은 현재 가 지역에 속해 있다”며 “‘다’ 지역을 증설해 일본에 다른 절차를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절차에 대해선 “다음주 초에 종합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 백색국가 배제 조치로 인해 관련되는 전략 물자의 수는 1194개”라며 “이 중 이미 민감 품목에 해당해 건별 허가가 적용되고 있는 품목, 국내에서 미사용되거나 일본 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관련이 적은 품목, 소량 사용 또는 대체 수입 등으로 배제 영향이 크지 않은 특정 품목들을 제외하면 총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당 부분 품목은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은 일부 품목들의 경우 공급 차질 등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짚으며 “정부는 159개 전 품목을 관리 품목으로 지정·대응하되 대일의존도, 파급효과, 국내외 대체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좀 더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밀착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159개 품목의 구체적인 리스트는 현재 분석 작업을 거치고 있으며 정리가 되는 대로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일본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려는 국제 공조 노력도 속도 낼 것”이라며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전면 위배되는 조치인 만큼, WTO 제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여러 통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번 조치가 철회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양자 협의 재개를 촉구할 것”이라며 “주요국·국제기구·신용평가사 등에 대한 아웃리치(outreach)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일본 조치로 인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책을 여럿 발표했다.

단기적으로는 소재·부품의 공급을 안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뒀다.

홍 부총리는 “수출 규제 관련 품목을 반입할 때 신속히 통관될 수 있도록 ‘24시간 상시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하고 서류 제출과 검사 선별 등을 최소화해 물량 확보에 최선의 지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또 “앞서 밝힌 159개 관리 품목에 대해선 보세구역 내에서의 저장 기간을 연장하고 수입 신고지연에 대한 가산세를 면제하겠다”며 “새로운 해외 대체 공급처를 발굴할 수 있도록 조사 비용 중 자부담을 50% 이상 경감하는 등 현지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 수입처 확보를 도와주는 거점 무역관을 지역별로 지정해 지정된 거점 무역관은 지역별 공급처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백색국가 제도와 관계없이 특별 일반포괄허가를 허용하는 일본의 ‘CP(자율준수기업)제도’도 가능하다면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CP제도는 일본 기업이 사실상 포괄 허가를 받을 수 있어 백색국가 리스트에 속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소재·부품 물량 부족분을 조속히 대체할 수 있도록 생산 설비의 신·증설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의 대일(對日)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홍 부총리는 “주력 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100여개 전략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등에 매년 1조원 이상 대규모로 추가 지원해 나가겠다”며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에 대해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세액 공제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R&D와 함께 해외 핵심 기술 확보, 해당 전문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별도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며 “해외 M&A 인수 금융 지원, 소재·부품·장비 M&A 세제지원 등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수요-공급기업 간 수직적 협력, 수요-수요기업 간 수평적 협력모델을 구축해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강력한 국내 공급망을 확고히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WTO 규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수출규제 대응이 필요한 업체에 대해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등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화학물질 등의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며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및 재량근로제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다음주 중 구체적으로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R&D와 관련해선 핵심 원천소재 자립역량 확보를 목표로 투자 전략 및 프로세스의 혁신을 담은 범정부 차원의 별도 종합 대책을 이달 말까지 마련해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산업 파급력이 큰 전략소재 기술 등과 인재 양성 분야에 과감한 투자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피해 기업에 대한 예산·세제·금융 등 전방위적 지원을 조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 실증 및 테스트 장비 구축, 설비투자 자금 지원 등 한시라도 빨리 착수해야 하는 사업예산 2732억원은 국회에서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의 시 우선 확보하고자 한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소요 예산은 내년부터 획기적으로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R&D 및 시설 투자 세액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며 “일본 수출 통제로 대체국에서 해당 물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기존 관세를 40%포인트(p) 내에서 경감해주는 할당 관세를 적용해 업체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국세 납기를 연장하고 징수를 유예하며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조기 지급하고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 다각적 세정 지원 조치도 추진하겠다”며 “관세에 대해서도 납기를 연장하고 분할 납부를 시행하는 동시에 관세조사·외환검사·원산지검증 등을 유예하겠다”고 했다.

피해 기업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한 금융 지원과 관련해선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보증 만기 연장을 추진하고 최대 6조원의 운전 자금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며 “소재·부품기업 대상 정책금융 지원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하고 설비투자·R&D·인수합병(M&A) 자금 수요도 다각도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홍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차제에 별도 신설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할 계획이다. 오는 2021년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특별법은 상시법으로 전환해 상시 지원 체제를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관계장관회의, 경제활력대책회의 등 장관급 협의체와 상시 협업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CEO) 이상의 고위 민·관 협의체를 가동하겠다”며 “지난달 31일 출범한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 운영을 활성화해 민간과 정치권, 정부가 한목소리(One-Voice)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정부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공유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기업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보”라며 “수출 규제의 불확실성에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하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 제공과 즉각적인 애로 해소가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 제도와 그에 따른 영향, 정부 지원 내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적시에 충실히 제공하겠다”며 “관련 정보들을 쉽고 편리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오늘 전략물자관리원에 관련 전용 홈페이지(http://japan.kosti.or.kr)를 개설·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2일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 센터’를 언급하며 “인원과 기능을 신속히 확충해 기업 애로 상담, 맞춤형 컨설팅 등 어려움을 ‘원스톱(one-stop)’으로 해결해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이뤄진 일본 정부의 2차 보복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전격 시행한 이후 양국 신뢰 관계 손상, 우리 수출 관리 마비, 안보상의 이유 등 명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그때그때 말을 바꾸며 아전인수 격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직접적 대응을 자제하고 양국 간 대화를 촉구한 데 이어 국제연합(UN) 안보리 전문가 등 국제기구에 공동 조사까지 제의하는 등 대화와 협의를 통한 외교적 해결에 최대한 성의를 갖고 임해 왔다”며 “일본 정부는 공식 협의를 끝내 거부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외면한 채 일방·차별적 무역 보복 조치를 재차 강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현 상황을 “그간 분업·협업·경쟁을 통해 유지돼 온 양국의 경제협력(경협) 파트너십을 돌이키기 힘든 위기”라고 규정하며 “나아가 동북아 안보 협력의 근간을 흔드는 엄중한 상황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본 배제 조치는 이달 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정부는 동 조치 시행에 앞서 그동안 준비해 온 대책들을 최대한 신속하고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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