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쪼그라든다는데…“정부가 감독에 선수까지 하려해”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3일 0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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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5년간 연평균 국세수입 7.2조↓, 지출 9.6조↑"
전문가들 "불필요한 지출 줄이고 있는 돈부터 잘 써야"

한동안 이어졌던 ‘세수 호황’이 막을 내릴 조짐이 엿보이면서 향후 정부의 재정 운영에 있어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확장적 재정은 정부가 경기 둔화·부진 등에 대응하는 핵심 수단이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 가결 법률의 재정소요점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률 중 재정을 수반하는 225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향후 5년간 중앙정부 국세수입이 연평균 7조2257억원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5년 동안 총 36조1287억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따라 연평균 5조8906억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는 근로장려금(EITC)의 연령요건 폐지, 소득·재산요건완화, 지금액 인상 등에 따라 연평균 2조2851억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또 자녀장려금 지급액 인상, 창업기업 세금감면 확대, 중소기업 취업 청년 소득세 감면 확대 등의 세입 감소 요인이 있었다.

반대로 나가는 돈은 많아진다. 예산정책처는 총 123건 법률에 대한 재정소요점검 결과, 향후 5년간 연평균 9조6103억원의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의무지출은 연평균 7조2608억원으로 나타났다. 의무지출 관련 내용을 보면 모든 7세 미만 아동에 대한 아동수당 지급, 기초연금 기준연금액 및 지원 단가 인상, 65세 이후 실업급여 지급, 선택진료제 폐지, 장애인연금 기준급여액 인상 등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현 정부가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재정을 늘릴 수밖에 없는 분야들이다.

이미 작년 호황이었던 반도체 경기가 조정국면을 맞이하면서 올해부터는 지난해와 달리 “세수호황은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코스피 기업 573곳 연결 재무제표 기준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상장사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7조8036억원으로 36.96%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은 내년 법인세 수익으로 직결된다. 법인세와 더불어 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역시 기업 실적 부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정부는 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정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해야할 때 재정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더 큰 돈을 써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이낙연 국무총리), “재정지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쌀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먹지 않고 굶어 죽자는 거나 마찬가지”(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예산은 사상 최대인 500조원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결국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이 역시 부담스럽다. 정부는 앞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세수가 쪼그라드는 걸 감수하면서도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불필요한 정부 지출 만큼은 더 늘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가 다른 나라보다 급속하게 진행돼 중장기적으로 재정 수요가 급격히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재정 확대란 민간이 할 역할까지 정부가 하겠다는 것으로 정부가 감독도 하고 선수도 한다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고용 등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정부는 규제 완화나 인적·기술자본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 제대로 쓰지 못하는 돈부터 제대로 쓰는 게 맞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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