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국산화, 불산 누출사고 이후 환경 규제 때문에 포기”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7일 0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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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 日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관련 보고서 공개
"향후 日 정부 수출 규제 확산 가능성...범정부 차원 총괄대응 추진체 구성 필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소재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로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환경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소재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정부 지원 역시 미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의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 강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이에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소재 부품 등 후방산업 육성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7일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는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대응 방안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포토 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필수 소재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발동했다. 이에 따라 국내 소재 수입 기업들은 향후 수입 절차가 까다로워지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수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계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대한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보고서는 반도체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액으로 사용되는 불화수소의 경우, 환경 규제로 인해 국내 생산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장 건설이 어려워졌다.

국내 소재 업체에서 고순도 불화수소 제조를 시도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환경규제를 거론하며 포기하라고 권유했다.

또한, 수급처 다변화를 위해 중국산 불화수소에 대한 기초평가에 성공,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으나 ‘현재까지 일본에서 불산을 잘 공급받고 있어 중국산을 평가할 이유가 없다’는 답을 받아야 했다.

기술적 한계도 뚜렷하다. 불화수소는 일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아직 일본 업체와 기술 교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불산 제작시 안전 및 오염 관리 노하우가 부족해 생산 설비는 모두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가격적으로도 큰 장점이 없다. 국산화를 위해서는 공장 건설비 및 개발비 지원, 품질 평가기간(1년 이상 소요), 사용 물량 보장 등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반도체 품질(수율) 급락 우려와 다양한 제품군의 장기간 평가 기간 등을 고려하면,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감광제로 사용되는 포토 레지스트는 국내에서 일부 생산되고 있지만 일본에 비해 5~6년이 늦은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해 경쟁력이 낮은 편이다.

연구회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소극적인 자세를 비판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한국 재료 회사에 대해 기술력·비용 등을 이유로 기술 지원에 대해 소극적이고, 특히 차세대 재료에 대해서는 함께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한국 재료 회사를 활용하는데, 이는 구세대 재료에 대해서만 문호를 열어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포토 레지스트에 들어가는 10여가지 원재료를 중소 화학회사가 만들고, 제조사는 이를 조합해 반도체 회사가 요구하는 조건의 재료로 만들어 판매하는 협업이 진행돼 제품 경쟁력이 높다. 또한 자국 반도체 회사의 기술적인 지원을 통해 기술적인 노하우를 축적하고, 문제점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응해 글로벌 반도체 회사의 신뢰를 얻었다.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고 평했다. 연구회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반도체 프로세스 를 개발할 수 있는 공동 연구소가 없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프로세스를 개발 할 수 있는 연구소가 있다면, 초기 개발과 함께 재료를 개발 할 수 있게 되어 전략적인 특허 확보와 초기 진입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반 기술을 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기초적인 연구를 꾸준히 할수 있는 종합연구소를 만들어 국내 원자재 회사가 이를 활용해 실장 준비를 할 수 있는 기반 마련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연구회는 “반도체 제조강국에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친 선진화 대응이 절실하다. 반도체 장비산업 및 소재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소재 부분에서는 공급 업체 다변화로 공급이슈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후방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기술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적으로도 장기적인 비전과 반도체 산업 고도화를 위해 정책적인 규제 완화, 인재 양성 및 글로벌 성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향후 동일사태 방지 및 중국 반도체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중장기적인 실행안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일본의 수출 규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범정부차원의 총괄 대응 추진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단기적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느슨하게 작동하도록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과 국제 공조가 필요하며, 기업차원의 일본 기업과의 공조 등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 등 반도체 장비 소재 부품 생태계 구축이 요구되는데 이것이 반도체 소자업체 중심의 수직계열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국회 산자부, 업계,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총괄대응 추진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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