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팔지마”…해외제작사 ‘마블 피규어’ 갑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10일 05시 45분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 27만원 넘는 ‘어벤져스 피규어’, 왜 비싼가 했더니…

핫토이즈, 온라인 최저가격 제한
국내 업체 울며겨자먹기식 계약
공정위 ‘공정거래 위반’ 시정명령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마블사의 인기 히어로 캐릭터 피규어를 만드는 해외 제작사가 국내 판매업자들에게 가격 하한선을 정해 놓고 더 낮게는 팔지 못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적발됐다.

공정위는 홍콩 법인으로 미국, 호주, 유럽 등 30여 개국에서 피규어를 팔고 있는 핫토이즈 리미티드의 가격 강요 갑질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로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핫토이즈는 201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수입업자와 계약을 맺을 때 자사가 정한 최저가격을 준수하도록 강제했고 이를 어기면 판매거절이나 제작주문취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조항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피규어 제품 유통은 공식 수입업체가 소비자로부터 선주문을 받은 후 제조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해 3∼18개월 후에 완제품을 받아서 판매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선주문 후판매’로 유통되다 보니 피규어 수입업체들은 제조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울며겨자먹기로 불공정 계약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핫토이즈는 수입업체에게 보낸 신제품 선주문 안내메일에도 온라인 최저가격을 명시했다. 피규어갤러리, 피규어몰, 킹콩몰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업체가 판매하는 피규어들은 모두 이 가격선을 넘지 못해 소비자들은 더 싸게 피규어를 구매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가 지난해 5월 온라인 판매처별로 피규어 신제품 선주문 가격을 조사한 결과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아이언맨·스파이더맨’의 온라인 판매가격은 27만7000원,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닥터스트레인지’ 제품 가격은 28만5000원으로 동일했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핫토이즈는 계약조건을 자진 시정해 재계약을 맺었다. 또한 선주문 안내 메일에도 최저가격 미준수 시 불이익이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피규어 제품 온라인 시장에서 자율적인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가 다양한 가격을 비교한 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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