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금호, 경영 승계 앞두고 오너 형제들 행보 주목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7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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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금호, 2세 오너 퇴진에 3세 체제 전환 수순
실탄 쥐고 있는 2세 형제들 행보가 변수로 부상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2세들이 경영 일선에서 떠나며 시선은 3세가 아닌 창업주 2세들인 오너 형제로 옮겨가고 있다. 갑작스런 2세 체제의 퇴조로 경영권 승계에 험로가 예상되자, 실탄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 형제들의 선택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전날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 중 한 곳이 전략적 차원에서 함께 손을 잡자고 제안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요청이 들어온다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금호석화가 주도하는 인수전 참여는 없다”고 선 그었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간접적인 참여 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경영 참여와는 관계 없이,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인수참여자에 힘을 보탤 가능성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현재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산업이 최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아시아나 매각을 결정한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그룹 해체 위기에 처했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아시아나항공이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그룹을 살릴 선택지도 아시아나 매각 밖에 없었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시장에선 매물로 나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후보군으로 SK, 한화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 금호산업(33.47%)에 뒤이어 2대 주주인 금호석화(11.98%)의 수장 박찬구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커졌다. 박 회장이 과거 형인 박 전 회장의 무리한 차입경영 방식을 비판하며 갈등이 시작됐고, 이후 ‘형제의난’ 등을 겪으며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화는 별개 기업이 됐다.

아울러 소원한 형제 간 관계를 차치하고도, 보수적이기로 정평난 박 회장의 경영 스타일로 미뤄봤을 때 금호석화의 아시아나 인수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박 회장은 조 단위 빚을 안은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주요 주주로서 지분 가치 제고에 따른 실리를 충분히 챙길 수도 있다.

한진그룹의 경우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3세들이 경영 승계를 위해선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너가의 경영권 약화를 피하려면 2대 주주 KCGI가 버티고 있는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 매각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한진가 3세의 우군 확보 방안에 관심이 쏠리며, 고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행보가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조정호 회장은 지난 13일 고 조양호 회장의 빈소를 찾았을 때 ‘메리츠금융지주가 한진그룹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현재 조양호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는 조 사장이 경영권을 가져가려면, 선친의 한진칼 지분 17.84%를 물려받아야 한다.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가치는 약 3543억원으로 상속세율 50%를 감안하면 상속세는 약 1771억원이다. 하지만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3분의 1 가량은 담보로 묶여있어 자금 조달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 2세 중 충분한 실탄을 갖고 있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우군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거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네 형제는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사이가 멀어졌기 때문에 조정호 회장이 조카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갑자기 우군으로 나설 개연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진그룹은 조원태 체제 안착을 위해 경영권 방어에 골몰하며, 우선 오는 6월 국내에서 처음 개최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총력을 다 할 전망이다. 조원태 사장은 고 조 회장이 주관사 자격으로 맡았던 IATA 총회 의장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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