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31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57)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3위였던 호반건설이 업계 3위의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세 번째 대형 건설사로 거듭나게 된다.
김 회장은 아파트 분양사업에 뿌리를 둔 호반의 탄탄한 자금력과 대우의 풍부한 해외건설 경험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우(호반)가 고래(대우)를 삼킨 모양새’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영업이익과 자기자본에서는 오히려 호반이 대우를 앞선다”며 성공적인 인수를 자신했다.
○ 호반건설, 업계 3위로 도약
KDB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대우건설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산은이 사모펀드인 ‘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를 호반 측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매각 가격은 주당 7700원, 총 1조6242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호반은 산업은행의 전체 지분 50.75% 중 40%(약 1조3000억 원)를 먼저 사들여 대우건설을 분할 인수한다. 나머지 10.75%에 해당하는 돈은 2년 뒤에 낸다. 산은은 정밀 실사 등을 거쳐 올 8월까지 계약을 마칠 계획이다. 호반은 현금성 자산이 7000억 원이 넘기 때문에 자금력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에선 산은이 대우건설을 싸게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이 지금까지 대우건설에 투입한 자금은 3조2000억 원 이상이다. 더구나 분할 매각이 특혜성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김 회장은 1989년 광주에서 자본금 1억 원으로 호반건설을 세웠다. 호반은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까지 광주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2만여 채를 지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본사를 서울로 옮긴 2005년부터는 ‘호반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간판으로 내세워 본격적으로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미사강변도시(경기 하남시) 동탄2신도시(경기 화성시)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 수도권의 대표적인 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완판’했다. 호반이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공급한 주택은 12만여 채다.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안정적인 경영을 중시하는 김 회장의 철학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기존 사업장의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같은 지역에서 새 사업을 안 한다. ‘90% 경영원칙’이다.
은행 대출을 끼고 땅을 사들이는 대다수 건설사와 달리 무차입 사업방식을 고수한 점도 호반의 독특한 사업전략이다. 호반의 자산규모는 8조 원으로 재계 47위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50% 안팎이다. 대우 인수를 마치면 호반의 자산 순위는 18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해외사업 위축우려” vs “호반 자금력 대우에도 호재”
아파트 사업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던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선 가장 큰 목적은 ‘사업 다각화’였다. 그동안 호반은 땅을 가진 시행사로부터 공사를 따내는 방식이 아닌, 직접 토지를 사들여 아파트를 지은 뒤 분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 왔다. 하지만 공급과잉 우려, 정부 규제 등으로 현재의 주택시장 활황이 끝날 경우 먹을거리 고민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은 “현재 주택 건설 위주의 그룹 사업 구조를 재편하지 않고서는 더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이유로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호반 측은 국내 주택부문, 해외사업 모두에서 두 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호반의 탄탄한 자금력과 대우의 우수한 인력, 사업 노하우가 합쳐지면 국내외 사업 수주에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수도권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서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두 회사가 합쳐지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호반건설의 인수 소식을 들은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뒤 금호산업과 대우건설이 모두 망가진 경험이 있어서다. 해외사업 경험이 없는 호반건설이 대우의 강점인 해외공사를 대폭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호반건설은 계열사를 다 합하면 2016년 매출이 6조 원, 영업이익은 1조3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대우건설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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