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3대 해외시장 모두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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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反韓감정… 美 ‘FTA 재협상’ 압박… EU에서 일본차 날개
이 와중에 현대車노조 “임협 결렬”… 한국GM 노조도 파업 찬반투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자동차들과 치열하게 경쟁해 온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들이 추가적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압박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 국내 노사 갈등까지 ‘쿼드러플(사중) 악재’를 만나게 됐다.

6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서유럽으로 통칭하는 유럽 주요 19개국 자동차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한-EU FTA가 발효된 2011년 4.1%에서 2012년 5.8%로 상승했다. 문제는 한-EU FTA 효과가 초반에 반짝 나타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5.9%로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자동차가 한국 자동차와 비슷한 조건으로 유럽에서 팔리게 된 것이다.

한국산 자동차는 한-EU FTA 발효 이후 유럽에서 관세 없이 팔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 업체의 유럽 현지 공장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부품 가격도 할인받고 있다. 반면 일본산 자동차에는 10%의 관세가 부과돼 왔다. 일-EU FTA를 통해 한국이 누리던 상대적 이점은 사라지게 된다. 더군다나 유럽에서 많이 팔리는 한국산 자동차는 소형 해치백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은 제품이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한국 자동차업체들에 유럽은 그나마 중국, 미국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서유럽 기준 1∼5월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사드 배치 이후 한국산 자동차 판매량이 곤두박질한 상태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1∼6월) 중국 내 판매량은 전년보다 47% 줄었다. 중국에서의 판매량 감소는 사드로 인한 반한 감정이 주 원인이어서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미국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8.6%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이 필요한 대표적 분야로 자동차를 꼽고 있다.

국내 상황도 좋지 않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6일 사측과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전 20차 교섭에서 회사 일괄 교섭안을 내놓지 않아 결렬을 선언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고 설명했다. 파업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국GM 노조는 이날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16만2548대로 2010년(209만9557대) 이후 가장 적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국내외 실적 부진에 처한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 가능성도 커지며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도 한국GM으로서는 돌발적인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GM은 전년 동월 대비 20.7% 떨어진 4만3692대를 파는 데 그쳤다. 한국 시장 감소율은 37%에 이르고 수출도 약 13% 줄었다. 실적 부진에 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으면서 김 사장이 사실상 경질된 거라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GM의 한국 철수설도 다시 불거지는 상황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악재가 겹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철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근본적인 성장동력이 뭔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와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노력도 필수적이다”고 조언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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