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고용어젠다 포럼]‘실버택배’ 시행… 노인 일자리 창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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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전국 실버 택배원 1007명 친환경 전동 카트 활용해 아파트 동별로 분류·배송

한국사회의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시니어 세대 삶의 질,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CJ그룹의 나눔 철학을 구현하고, 업(業)의 특성을 활용하여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민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2013년 보건복지부와 ‘시니어 일자리 창출 MOU’를 체결한 후 본격적으로 실버택배 사업을 시작했다.

실버택배는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에 물량을 싣고 오면, 인근 거주 노인들이 친환경 전동 카트로 배송에 나서며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거점형 택배 사업 형태다. 그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CJ대한통운 택배터미널에서 택배차량에 특정 아파트 단지의 물량을 분류 및 적재하고, 택배기사가 아파트 단지 내 실버택배 거점까지 전달한다. 해당 거점의 실버 배송원들은 아파트 동별로 재분류를 하고, 친환경 전동 카트, 손수레 등을 이용해 각자 맡은 구역의 상품들을 배송한다.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는 기업, 시군구 자치단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삼각 협업체제를 이루어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물량 공급과 장비 제공 및 운영을 맡고, 지자체는 행정적·예산적 지원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시니어 인력 수급과 교육 등을 담당한다. 기업 활동으로 거둔 수익으로 자체 운영비와 인건비를 충당하는 선순환, 지속가능형 사업모델이라는 것이 강점이다. CJ대한통운은 부산 동구 좌현동에 위치한 거점에서 실버택배 사업을 최초로 시작했다. 실버택배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동자전거, 전동 카트(스마트 카트)를 배송장비로 사용하면서 시니어들에게 체력 부담도 주지 않고, 환경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실버택배 사업이 순항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작 당시, 지역 주민들 중에서 택배원을 모집해보려 했지만 안정적인 인력수급이 어려웠고 특히 실버 인력의 교육 및 관리가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전문기관들과의 협의와 교류에 힘쓴 결과 노인 일자리 전담 수행기관인 시니어클럽과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또한 보다 전문적인 노인인력 관리를 위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협조도 구했다. 노인인력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고령자 친화기업’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6월 고령자 친화기업 ㈜실버종합물류를 설립했다.

㈜실버종합물류가 설립됨에 따라 기업-지방자치단체-국가기관이 삼각 협업체제를 구축하게 되면서 실버택배 사업은 성장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부산에서 시범지역 4개로 시작한 거점은 현재 서울, 부산, 경남 등 전국 각지에 142개로 늘어났고, 참여인력 역시 41명에서 1066명으로 늘었다.

실버택배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가져왔던 지방자치단체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CJ대한통운의 고령자 친화기업을 통한 선순환형, 지속가능 사업모델은 그러한 자치단체들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서울, 부산, 인천, 파주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물론 SH공사,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와 업무협약을 맺음으로써 전국 지역 확대의 교두보를 확보하기도 했다.

국내외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택배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공영방송사 NHK에서 바다 건너 한국의 새로운 택배 서비스를 취재하러 오기도 했다. NHK 리포터는 60, 70대의 고령자들이 전동 카트를 타고 이동하며 익숙하게 택배를 배송하는 영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2016년 12월, CJ대한통운의 132번째 실버택배 거점인 서울 문래동 문래힐스테이트가 개소됐으며 전국 실버택배원은 1007명으로 늘어났다. 사업 본격화 3년여 만에 시니어 일자리 1000여 개를 창출한 것이다. 단일 기업이 시니어 일자리를 이만 한 규모로, 전국적으로 창출한 것은 CJ대한통운이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은 더 나아가 실버택배 모델을 노인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저소득층 등을 채용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장기공공임대주택 내에 위치한 실버택배 거점에 심부름, 택배보관 등 입주민을 위한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상생활지원센터 등을 만들고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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