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은행 반쪽 만든 ‘이념’으로 4차 산업혁명 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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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4차 산업혁명 모델로 주목받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오늘 공식 출범한다. 2015년 11월 예비인가를 받은 지 1년 5개월 만이다. 상반기 출범을 앞둔 카카오뱅크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한 10%대의 중금리 대출로 서민층에 다가설 것으로 기대되어 왔다. 하지만 두 인터넷은행의 주요 주주인 KT와 카카오는 은행법상 산업자본이어서 지분한도가 10%로 묶여 있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워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비슷한 반쪽짜리 은행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KT 같은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34%나 50%로 늘려주자는 정부와 여당의 계획이 번번이 좌절된 것은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게 된다는 야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가 은행법에 규정돼 있고, 기존 규정을 더 강화하는 법안까지 발의됐지만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조차 은산(銀産)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정치 논리에 밀리고 말았다. 대기업이 하는 일이라고 반대해 서민들이 인터넷은행의 혜택을 못 받는다면 야당이 책임질 건가.

인터넷은행이 획기적 새 사업을 앞세우지 못해 규제완화를 공론화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간편지급결제 등 인터넷은행이 추진 중인 상당수 사업은 기존 은행 업무와 겹친다. 영업을 인터넷으로 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인터넷은행이 대출 재원을 늘려 외형을 키우려고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어떤 분야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과를 내려면 경쟁이 필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새로운 일을 하려는 기업에 대해 겹겹이 진입장벽을 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장벽 안에 들어온 사업자를 다시 규제하는 반기업정서와 관료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인터넷은행부터 이 틀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은행#4차 산업혁명#케이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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