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까먹는 造船… ‘빅3 수주액’보다 계약취소 더 많아

  • 동아일보

작년 삼성중공업 54억 달러 취소… 현대重-대우조선도 계약해지 사태
조선업계 일감 2년치에도 못미쳐

 
지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 업체들의 총 신규 수주액보다 계약 해지액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조선업계가 새로 따낸 일감 규모보다 과거에 받아놓은 일감을 더 많이 잃었다는 의미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은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수주액이 8억 달러에 그친 반면에 계약 취소액은 53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신규 수주액의 6배가 넘는 일감이 증발한 것이다. 48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호주 브라우즈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3척의 수주 계약이 취소된 게 타격이 컸다.

 다른 조선업체들도 계약 취소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2013년 셰브론사와 맺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의 건조 계약을 해지했다. 수주 당시 계약 규모는 2조1570억 원.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셰브론은 저유가로 시장 전망이 좋지 않아 결국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도 3년여 간 끌어온 노르웨이 석유업체 스타토일사와 맺은 1조5837억 원 규모의 고정식 플랫폼 1기 계약을 작년 7월에 해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 측에서 저유가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계약 해지를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선 빅3의 조선·해양플랜트 신규 수주액은 총 67억5000만 달러, 같은 기간 계약 해지 규모는 총 86억6000만 달러다. 조선 3사가 지난해 한 차례씩 낮춰 잡은 수주 목표액 173억 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주 실적을 올렸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약 취소까지 잇따른 것이다.

 취소된 물량 대부분은 해양플랜트 설비로 기당 수조 원에 달해 계약이 취소되면 수주 잔량이 크게 줄어든다. 조선업체 입장에서 향후 공정에 들어간 뒤 인도 지연 등이 우려되는 악성 물량을 일찌감치 털어낸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당장 남은 일감이 2년 치에도 못 미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취소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설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실제 공정에 들어가지 않아 피해액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계약 취소나 연기 요청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삼성중공업#수주액#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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