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은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과 함께 충칭(重慶) 시에 부탄디올 생산설비를 건설해 운영하려던 프로젝트를 지난달 철회했다. 롯데케미칼도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공동으로 에틸렌글리콜 생산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지난달 합작 협상이 중단돼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올 1월 카자흐스탄 석유화학업체인 UCC 및 SAT와 합작해 폴리에틸렌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을 백지화했다. ○ 각종 변수에 시황 예측 어려워
해외 합작사업이 무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 원료 가격에 연동되는 석유화학 업종 특성상 시황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종합화학은 천연가스로 부탄디올을 생산하기 위해 2013년 시노펙과 합작법인을 설립했지만 설계 단계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아울러 석탄을 원료로 제조한 부탄디올이 시장에 대거 유통되면서 시황 부진이 장기화됐다. 결국 프로젝트를 철회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사업엔 원료 가격 등 변수가 많아 시장을 정확하게 내다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지 사정도 또 다른 변수다. LG화학은 카자흐스탄에서 까다로운 현지 노동법규 등이 개선되지 않는 데다 유가 하락으로 세계 경제 불황이 심화돼 합작사업에 투자비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카자흐스탄 노동법에 따르면 현지인과 외국인은 9 대 1의 비율로 고용해야 한다. 또 현지인은 28일 근무 후 28일 휴무를 보장해야 하는 등 인건비 부담이 큰 구조였다. ○ 저렴한 원료를 확보… 해외 진출은 불가피
각종 변수가 많은데도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자원빈국’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남장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나 일본 등 비(非)산유국은 석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로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만큼 저렴한 원료가 나오는 국가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추후 미국에서 저렴한 셰일가스를 원료로 한 화학공장을 가동해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하면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렴한 원료가 나오는 해외에 진출해 공장을 지으면 국내에서보다 저렴한 가격에 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 기업들이 원료 채굴권을 갖고 있는 등 각종 규제로 인해 현지에서 대규모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긴 쉽지 않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제품을 해외에서 만드는 게 원료를 사와서 국내에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만큼 합작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엿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화학기업 사례도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 석유가스공사 등과 합작해 가스전 화학단지를 올 5월 완공한 데 이어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액시올과 합작해 에탄크래커 공장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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