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300.2km… 1회 충전으로 제주도를 거의 두 바퀴 돌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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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선임기자의 DRIVEN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전기자동차에는 3가지 숙제가 있다. 짧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와 긴 충전시간, 부족한 충전소.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7일 자체 실험을 통해 ‘아이오닉 일렉트릭(EV)’으로 351km를 주행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됐다.

 아이오닉 EV의 공인 1회 주행가능거리는 191km인데 160km나 더 주행을 한 것이다. 에어컨과 히터 사용, 고속주행, 오르막길, 기온 등 전기차에 불리한 요인을 반영해 엄격하게 공인 주행가능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에 실제 주행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다지만 무려 84%나 더 주행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었다.

 기자는 혹시라도 회사 측의 ‘관리’가 있을 수도 있는 시승차 대신 렌터카를 빌려서 실험하기 위해 이달 초 아이오닉 EV 렌터카가 있는 제주도로 날아가 과연 현대차가 공개한 실험 영상이 사실인지 확인에 나섰다.



제주도는 전기차 천국

 L렌터카 회사에 도착해 예약한 렌터카를 받았다. 기본 할인이 적용된 하루 렌트 가격은 5만7400원으로 중형 승용차와 비슷한 수준. 크기는 준중형급이지만 충전비가 무료이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길다면 그만큼 이득이다.

 직원이 간단한 전기차 사용법 안내와 함께 충전소 목록이 인쇄된 지도를 준다. 제주도 전체에 250여 개의 충전소가 고르게 분포해 있어서 충전 걱정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아이오닉 EV의 내비게이션에는 가까운 충전소를 안내해주는 화면이 따로 있어서 검색을 하지 않아도 원터치로 근처 충전소까지 길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도로에 나섰더니 BMW ‘i3’, 닛산 ‘리프’, 르노삼성 ‘SM3 Z.E.’ 등 국내에 소개된 전기차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것도 렌터카 ‘하허호’ 번호판이 아니라 개인 소유 자동차다. 2년 전에 제주도를 찾았을 때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제주도에 약 3000대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고, 지역 내 전기차 점유율이 약 3%에 이른다니 이미 전기차시대가 열린 셈이다.



전기차 주행성능 기대 이상

 전기차는 엔진소음이 없기 때문에 대단히 조용하다. 타이어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린다. 아이오닉 EV는 무게를 줄이려고 방음재를 많이 넣지 않아 시속 80km까지는 6기통 고급 대형차보다 조용하지만 그 이상 속도를 올리면 타이어소리가 크게 증가한다.

 가속력은 탁월하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바로 최대 출력이 나오는 모터의 특성상 출력에 비해 초반 가속이 아주 빠르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아이오닉 EV는 시속 80km까지는 스포츠카 부럽지 않게 가속이 이뤄졌고 그 뒤부터 갑자기 가속감이 밋밋해진다. 단점은 히터가 일반 자동차보다 화끈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 엔진이 들어간 자동차는 냉각수의 열을 이용해 쉽게 뜨거운 바람을 제공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주행거리에 부담이 되는 전기 히터를 따로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공조기 온도를 높여도 기대만큼 뜨끈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300km에 턱걸이 주행 성공


 제주도의 해안 일주도로인 1132번 국도는 총연장이 약 175km로 두 바퀴를 돌면 현대차의 실험처럼 350km를 주행하게 된다. 표선면 하나로마트 충전소에서 100% 충전한 뒤 두 바퀴를 돌고 다시 찾아오는 것이 목표였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주행가능거리는 점점 늘어나 290km까지 올라간 뒤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실험에서 전기차에 유리한 시속 60km 안팎으로 주행했지만 기자는 제한속도인 시속 70km로 줄곧 달렸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110km였지만 남은 배터리 용량이 47%여서 속도를 조금 낮추고 부드럽게 주행한다면 다시 한 바퀴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속도를 조금 낮춰 시속 60km로 달렸는데 예기치 않은 교통체증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제주시 부근에서 30분간 가다서다를 반복했고, 심지어 해까지 떨어져 전조등을 켜고 주행을 했더니 배터리 잔량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제주 서부해안 지역을 통과하면서 주행가능거리가 37km로 떨어졌고 배터리 잔량 13%에서 충전경고가 떴다. 30km 정도 더 주행했더니 배터리 잔량 3%에 주행가능거리 표시는 아예 사라졌다. 출력도 제한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차는 서행했다. 도로 중간에 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

 그렇게 서행을 하며 도착한 충전소는 안덕면 하나로마트로 주행거리 300.2km를 찍었다. 가까스로 300km를 넘긴 셈이지만 평균 주행속도를 조금 낮추고 교통체증이 없었다면 350km 주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아이오닉 EV로 일반적인 주행을 하면 220∼240km가 현실적인 주행가능거리로 판단된다.   

석동빈 선임기자 mobidic@donga.com
#전기차#자동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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