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수용]삼성의 ‘전격Z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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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에는 슈퍼카 ‘키트’가 나온다.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가 “도와줘 키트”라고 외치는 순간이 이 미드의 하이라이트다. 스마트워치로 지시받은 키트는 어디선가 나타나 악당의 앞을 가로막고 선다. 키트의 원래 이름이 ‘나이트 인더스트리 2000’인 것을 보면 당시 작가들은 2000년에는 인공지능이 완벽하게 구현될 것으로 본 모양이다. 기술 발전속도를 너무 낙관했다. 주말 오후가 지루했던 80년대 청소년들은 키트를 보면서 자동차를 친구로 삼는 미래를 꿈꿨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24가지 기술 가운데 자율주행자동차를 12번째로 꼽았다. 테슬라가 일부 자동화 기술을 도입했고 구글이 2020년에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려 한다니 코앞에 닥친 미래다. 스마트폰이 데이터와 자산을 한데 모아 사람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소화하는 방식을 바꿨다면 자율주행차는 교통물류 시스템과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그제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업체인 하만을 9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자동차 오디오 분야 세계 1위, 차량 무선통신 분야 세계 2위인 하만 인수로 도로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미래의 자율주행차가 엔진 없는 전기차 형태라면 차체만 만드는 자동차회사보다는 전장업체가 더 실속이 있다. 삼성이 “이번 인수합병(M&A)이 완성차시장 도전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은 굴뚝산업 방식의 자동차회사에는 흥미가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삼성전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16건의 대형 M&A에 나섰다. 의료기기,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인공지능 플랫폼 등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무리한 M&A는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등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고리를 끊고 M&A 이후의 비전을 보이기 바란다. 재벌 3세 경영에 대한 우려에 답해야 한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삼성#하만#삼성 전자#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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