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대가 좁은 동네 가게는 기저귀를 대여섯 종류만 비치하지만 유아용품 판매 사이트에는 50종 이상의 기저귀가 있다. 대형마트에는 아침식사용 시리얼이 100여 종 있지만 아마존에서는 1800종 이상을 판매한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 어느 때보다 많은 대안을 놓고 고민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을까.
분명 구매하려는 제품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두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을 넘어선 정보가 쏟아질 때 인간은 심각한 주의력 결핍으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두뇌 속 정보의 흐름이 처리 능력을 넘어설 때 일어나는 ‘부주의 맹(Inattentive Blindness)’ 때문이다. 실제 한 조사 결과 ‘인지적 부담’을 갖게 된 소비자들은 평소의 취향과는 관계없이 쉽게 인식되는 음식을 고르는 경향이 있었다.
신간 ‘온라인 소비자, 무엇을 사고 무엇을 사지 않는가’(슐로모 베나치, 조나 레러 지음·갈매나무·2016년)은 온라인 소비가 확산되면서 어떤 홈페이지 혹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선택 장애에 빠진 소비자를 도와 구매 만족도를 높이는지 분석한다.
미국 최초의 가격 비교 쇼핑 사이트 ‘프라이스그래버닷컴’은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데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한다. 1999년 등장한 이 웹사이트는 오픈 초기엔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단순히 비교 가능한 상품의 수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선택 가능성의 범위와 원하는 것을 찾는 인간의 능력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에 반해 아마존은 프라이스그래버닷컴과는 다른 전략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도왔다. 현재 아마존은 8000종 이상의 커피 원두를 100개 이상의 브랜드로 판매하는데 수많은 목록을 나열하는 대신 소비자의 과거 구매, 검색 이력을 바탕으로 자동 생성되는 몇 개 카테고리를 먼저 보여준다. 또 이 선택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행동경제학 이론을 활용하면 디지털 화면 앞에서 이뤄지는 우리의 의사결정이 대폭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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