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반타작… 인기도 시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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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8개월… 149건중 79건만 목표 금액 80%이상 모아

 
2013년 8월 창업한 농업 회사 ‘만나CEA’는 올해 7월과 8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2억 원을 끌어모았다. 올해 크라우드펀딩 중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이 성사된 것이다. KAIST 출신 박아론 씨(29)와 전태병 씨(27)가 설립한 이 회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결합해 허브와 바질, 케일 등 채소 100여 종을 키워 주목을 받았다. 올해 1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는 이 회사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농장과 농기계 등을 구입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여러 사람에게 소액 투자를 받는 방식의 크라우드펀딩이 허용된 지 8개월여 만에 120억 원의 자금이 조달됐다. 크라우드펀딩이 만나CEA처럼 자금을 모으기 힘든 스타트업 회사들의 든든한 자금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정보와 홍보 부족으로 크라우드펀딩 2건 중 1건 정도만 성공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76개 회사가 크라우드펀딩에 나서 128억2993만 원을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허용된 크라우드펀딩은 주로 스타트업 기업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을 통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만나CEA처럼 크라우드펀딩으로 ‘대박’을 낸 사례도 있지만 절반 정도의 기업은 크라우드펀딩에 실패했다. 149건 가운데 79건(53.02%)만 성공해 모금액도 목표(241억5918만 원) 대비 53.1%에 머물렀다. 목표 금액의 80% 이상을 모았을 때 펀딩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

 시간이 갈수록 펀딩 성공률과 투자자 수가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크라우드펀딩 성공률은 4월(63%) 정점을 찍고 지난달 33.3%까지 떨어졌다. 7월 일반투자자와 소득적격투자자, 전문투자자를 모두 합해 851명이던 크라우드펀딩 투자자가 8월 585명, 9월 409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크라우드펀딩 열풍이 약해지는 원인으로 부실한 기업 정보를 꼽는다.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한 일부 기업은 홈페이지에 올린 기업 정보 한두 페이지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전부일 정도다. 하지만 올해 시도된 크라우드펀딩 149건 가운데 96건(64.4%)이 설립된 지 3년 미만의 회사들이 추진한 것이다. 기업 정보의 필요성이 큰 데도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는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상무는 “실패하면 회사가 없어질 수 있는 스타트업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크라우드펀딩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업계는 홍보 등에 대한 규제 완화도 주장한다. 현재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자금 조달 회사를 명시해 홍보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플랫폼에 ○○회사의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됐다”는 식이 최선이다. 최근 1억 원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한 영화 ‘걷기왕’도 영화 제목을 직접 공개하지 못하고 중개사인 IBK투자증권과 영화 주인공만을 내세워 크라우드펀딩 홍보를 했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할 경우 1년에 최대 500만 원밖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일반투자자의 투자 한도도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크라우드펀딩#소액투자#임종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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