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조업-벤처의 불안한 미래

  • 동아일보

《한국 경제 ‘시계(視界) 제로’. 대외적 환경 급변과 내수 침체에 국내 제조업체들은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당장 내년 전망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나 채용을 결정하긴 어렵다. 여기에 향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액마저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우울한 자화상들이다.》
제조업 절반 “2년이상 사업계획 없다”

대한상의, 국내 300개 업체 조사… “5년 이상 내다본다” 16.7%뿐

식음료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 B사는 늘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기에 바쁘다. 3년 후, 5년 후를 내다보고 체계적인 경영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다. 신산업 추진이나 사업 전환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수시로 바뀌는 시장 환경 때문에 몇 년 후를 전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요즘은 매출액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내수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내년 예측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3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장기 계획(2년 이상)을 세우지 못하는 기업이 136개사(45.3%)였다고 25일 밝혔다. 국내 제조업체 절반 가까이가 올해와 내년이라는 단기 경영 성과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5년을 초과하는 장기 계획을 세운다고 답한 기업은 50곳(16.7%)뿐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253개사(84.3%)가 ‘중장기 경영 계획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기업들마저 ‘추진 목표와 기본 방향만 들어간다’(49.5%)는 곳이 절반이나 됐다. 기업들이 중장기 사업 계획을 세우기 힘들어하는 데는 ‘단기 현안에 매몰돼 여유가 부족하다’(81.9%)는 이유가 절대적이었다. 기업들이 미래 사업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신산업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내 제조업이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지지부진한 배경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지금처럼 변화가 심한 시기일수록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구성원들이 목표를 공유하고 흔들림 없이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상반기 벤처투자, 작년보다 4.5% 감소
신규 벤처펀드엔 사상 최고액 몰려

올해 상반기 벤처펀드에 뭉칫돈이 몰렸지만 실제 벤처 투자액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상반기 벤처펀드 신규 조성액은 1조6682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6181억 원 대비 169.9%나 늘어난 금액이다.

벤처펀드 조성액이 늘어난 것은 은행, 증권사, 일반법인 등의 민간 출자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3698억 원이던 민간 출자액은 올해 상반기 1조792억 원으로 급증했다. 은행(산업은행 제외)은 지난해 상반기 16억 원이던 벤처펀드 출자액이 올 상반기 465억 원으로 1806% 증가했고, 증권사 벤처펀드 출자액도 지난해 상반기 11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581억 원으로 428.2%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 벤처기업에 투자된 돈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었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은 948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5% 감소했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 투자는 16.1% 급감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미국 중국의 벤처투자 감소 흐름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고 6월 이후 투자액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벤처투자협회 관계자는 “재원이 많이 조성된 만큼 하반기에는 벤처업계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제조업#벤처투자#벤처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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