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기업 대출 줄이고 中企는 10조 늘려

  • 동아일보

올들어 구조조정 리스크 관리 강화

올해 들어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2조 원 가까이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은 10조 원 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89조587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1조8296억 원이 줄어든 규모로 1년 전과 비교하면 5조578억 원이 감소했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대기업 대출이 작년 말보다 2조7552억 원 줄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외환은행 합병 이후 기존 외환은행이 갖고 있던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을 계속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339조2654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2001억 원 늘었다. 매달 2조 원 넘게 증가한 셈이다.

대기업 대출의 감소는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조선·해운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한 번 부실이 발생하면 손실이 큰 대기업 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대출해 주면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린 것은 ‘기술금융’ ‘창조금융’ 등을 강조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른 측면도 있다.

이미 은행들은 조선·해운 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삼성중공업의 차입금에 대한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 기간을 1년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출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B은행 관계자는 “통상 업종 전반이 어려울 때는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 기간을 짧게 가져가고, 여신 건전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은행권#대기업#대출#구조조정#리스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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