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특근 사라지니 신규채용 여력 생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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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줄여 일자리 나누는 기업들

▲CJ제일제당 부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즉석밥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7월 4조 3교대 도입에 맞춰 5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 부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즉석밥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7월 4조 3교대 도입에 맞춰 5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제공
CJ 제일제당 부산공장(부산 사하구 다대로)은 다음 달 초 기존 생산인력 150명의 3분의 1 수준인 50여 명을 새로 채용할 예정이다. 수십 년간 유지해 오던 2조 2교대 근무제를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개편해 올해 7월에는 4조 3교대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기존 근로자들도 연간 근무시간이 감소(3434→2291시간)했지만 통상임금 확대로 임금 손해가 큰 편은 아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야근과 주말 특근 등이 사라지면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동시에 신규 채용 여지도 커졌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조선, 해운, 철강, 건설 등 공급과잉 업종은 물론이고 전 산업부문에서 구조조정 이슈가 확대되면서 ‘일자리 나누기’가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기존 근로자들이 기득권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우려되는 ‘기술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근로시간 단축 통해 만들어진 새 일자리

현재 주간 근로시간 단축(최대 68→52시간)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일부 기업은 이미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있다.

중견 철강업체인 고려제강은 2009년 2조 2교대를 3조 2교대로 개편한 뒤 매년 지속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왔다. 2009년 평균 64시간이었던 주당 근로시간은 현재 49.5시간으로 줄었다. 기술 경쟁력이 중요한 업종 특성상 숙련 근로자의 고용 유지가 절실했던 게 배경이었다. 주로 중장년층인 숙련 근로자들은 야근이 줄어들면서 체력 안배가 가능해졌다. 신규 채용도 늘렸다. 철강 경기 하락으로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0년 1052억 원에서 지난해 430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지만 같은 기간 직원 수는 871명에서 1018명으로 147명(16.9%)이 늘었다.

인력 감축 위기를 직원들 간 일자리 나누기로 극복한 사례도 있다.

LG실트론은 2010년 발광다이오드(LED) 기판 사업에 도전했다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2013년 해당 사업을 접었다. 당장 경기 이천공장에서는 수백 명을 내보내야 할 처지였다. LG실트론은 노동조합과 협의해 구조조정 대신 3조 3교대 근무를 4조 3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2014년 348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던 이 회사는 지난해 54억 원의 흑자를 냈다. 임금 삭감을 감내한 직원들은 고용안정을 보장받았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선업종만 하더라도 인력 구조조정을 하면 경험 많고 숙련된 인력이나 엔지니어링 전문 인력 등이 중국 등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들은 일자리 나누기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인적 자원을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임금 감소와 중소기업 구인난 등 해결 과제도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근로자 1010만5500명 중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근로자는 모두 105만4700명(10.4%)이었다. 노동연구원은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낮출 경우 주당 52시간 일하는 풀타임 근로자를 11만1524명 더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대체인력을 주당 30시간 일하는 근로자들로만 구하면 총 19만3309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은 그만큼의 임금 감소를 의미한다.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해 온 이유다. 노동계는 특히 ‘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해 정부와 평행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산업 구조조정 이슈가 국내 전체로 확산하면서 노동계 반발은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은 정규직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계의 양보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며 “최근에는 노동계에서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회적 합의를 최대한 빨리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성진 기자
#제일제당#cj#신규채용#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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