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SKT의 인수합병 승인 또다른 변수

  • 동아일보

케이블TV 위기 어찌풀꼬… ‘CJ헬로비전 M&A’ 고민 깊은 정부

“위기에 처한 케이블TV 산업이 문제입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인허가권을 쥔 정부의 핵심 관계자가 고민을 토로했다. M&A 이후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커질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료방송산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SK텔레콤의 M&A가 방송 산업의 공공성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위기 직면한 케이블TV 산업

한때 ‘황금알을 낳던 거위’로 불리던 케이블TV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동통신 3사의 인터넷TV(IPTV) 대비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 케이블TV의 가입 가구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0.02%씩 줄어 지난해 말 기준 약 1442만 가구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디지털가입자 증가가 연평균 43.9%에 이르지만 아날로그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을 만회하지 못한 탓이다. 반면 이 기간 IPTV는 연평균 61.7%씩 성장해 지난해 말 1200만 가구를 돌파했다.

또 2009년부터 2014년까지 IPTV 매출이 연평균 46.7%씩 성장하는 동안 케이블TV의 매출은 6.5%씩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IPTV의 매출은 1조4983억 원이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케이블TV 업계가 당장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위기가 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급격한 하락세의 핵심 원인으로 이동통신 3사가 모바일을 통해 만든 결합상품을 꼽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콘텐츠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어서, 이동전화 여러 대를 포함해 가격 할인이 많은 방송결합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케이블사업자들의 M&A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아직도 전국을 무대로 사업하는 IPTV에 여전히 불리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방송의 지역성 간과 못해


방송 분야의 전문가들 대다수와 정부는 유료 방송시장이 결국 이동통신 3사의 IPTV만 남는 형태로 재편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여러 사업자들이 경쟁을 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놔야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시장에서 제4이동통신을 비롯해 알뜰폰 사업자를 지원하는 것 역시 경쟁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가 지역의 상품을 광고하고, 지역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케이블사업자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이견이 없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 IPTV를 포함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덩치를 키워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디지털방송을 통해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역시 정부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주장도 있다. 유료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덩치를 키워 세계적인 미디어발전 흐름을 쫓는다는 것 자체가 자칫 케이블TV의 다양성이나 지역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케이블TV 독자 생존 가능할까

정부는 결국 이번 M&A가 이 같은 정책 목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판단해야 한다. M&A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SK텔레콤의 자본이 케이블TV 시장에 들어가면 세계적인 미디어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쪽에서는 이번 M&A가 결국 케이블 산업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사자인 케이블TV 업계는 이번 M&A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만큼 가급적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만약 M&A가 이뤄진다면,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결합상품과 경쟁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관계자는 “이번 M&A를 계기로 통신 자본이 케이블TV 시장에 흘러들어올 경우 사업을 매각하겠다는 사업자가 있는 반면, M&A가 이뤄지지 않아도 자체적인 혁신과 정부 지원을 통해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는 사업자도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케이블tv#cj헬로비전#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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