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 셀을 점검하고 있다. 전극, 조립, 활성화 과정을 거쳐 생산된 배터리는 전 세계 20여 곳 이상의 자동차 회사 전기자동차 모델에 탑재된다. LG화학 제공
축구장 17배 크기인 12만3000m²(약 3만7000평) 규모의 터에 세워진 지상 3층짜리 공장 2개 동은 푸른색 반사 유리로 덮여 있었다. 유리 안쪽에서는 하루에 하이브리드(HEV) 자동차 1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분량의 배터리 셀이 생산되고 있었다. 4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1공장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조립 생산라인은 제너럴모터스, 르노, 현대·기아차, 아우디, 볼보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모델에 탑재할 배터리를 생산하느라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LG화학 오창1공장은 ‘선제적 변화’가 잘 구현된 곳이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시장을 선도하던 일본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로 니켈수소전지에 집중할 때 LG화학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몰두했다. 국내와 미국에 연구법인을 설립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기술도 꾸준히 축적했다. 선제적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LG화학은 ‘스택 앤드 폴딩(Stack & Folding)’ 제조 기술과 ‘안전성 강화 분리막(Safety Reinforced Separator)’ 개발 등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앞선 기술력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차량 디자인에 맞춰 생산한 파우치 모양의 배터리는 세계적으로도 그 성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20여 곳 이상의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수백만 대가 넘는 수주 물량을 확보하는 등 경쟁사를 압도하며 시장을 선도하게 된 것이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분야 매출은 올해 1조2000억 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초기 6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2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중재 LG화학 자동차전지 생산센터장은 “LG화학은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한 화학 기반 회사로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등 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안정성, 성능을 포함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LG화학 배터리 탑재 차량이 세계적으로 50만 대를 넘어섰지만 한번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등 품질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제적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미국 미시간 주, 지난해 중국 난징(南京) 등에 현지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공장을 준공해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좀 더 빠르게 많은 물량을 납품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적극적인 공장 건설로 LG화학은 전기만으로 320km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 기준 연간 18만 대,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PHEV) 기준 65만 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선제적 변화를 통해 지금의 LG화학이 존재할 수 있었다”며 “기존 배터리의 기술적, 이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다양한 혁신 전지를 연구개발해 한번 충전하면 500∼6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자동차 배터리 등 시장이 상상하는 것들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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