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본도 인정한 기계기술로 해외공략 박차
매출 10% 연구개발 투자… 정밀 연삭기 수입대체 이뤄내
대전 유성구에 있는 ㈜금호엔티시(위 사진). ㈜금호엔티시 앵귤러 연삭기
기계 산업 분야는 진입장벽은 높지 않지만 오래 버티기는 어렵다.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레드오션이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2005년 회사 설립 이후 꼭 10년 만에 연매출을 160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내년 매출 200억 원을 향해 뛰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 있다.
정병용 대표자동차부품 가공설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국내를 넘어 세계로 힘찬 항해를 시작한 ㈜금호엔티시(대표 정병용·www.khntc.co.kr)다. 자동차부품을 가공하는 주요 설비를 제조하는 업체로, 완성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밀알이 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뿌리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며 고용의 젖줄인 강소(强小)기업을 찾았다.
글로벌업체도 반한 연삭기술…“세계 최고 도전”
“자동차부품 가공설비 분야에서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 설비뿐만 아니라 직접 부품까지 만들어 당당히 국내외 시장에 도전할 작정입니다. 기술은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받는 최고의 길입니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금호엔티시 정병용 대표는 기술 예찬론자다. 기계 전문가의 꿈을 갖고 30년 가까이 초정밀 연삭설비 및 자동차 엔진밸브 가공설비 분야의 한 길을 걸어왔다. 금호엔티시는 산업의 근간인 기계를 만드는 직원 수 45명의 지역 중소기업이다. 금속물질을 가공하는 정밀 연삭기가 대표적인 생산품이다.
CNC 정밀 연삭기는 전자제품과 자동차부품 및 반도체부품 등을 정교하게 연삭·가공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설비다. 하지만 대다수의 정밀부품 가공용 CNC 정밀 연삭기는 현재 일본이나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 금호엔티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CNC 정밀 연삭기를 자체 설계 제작하며 수입 대체에 한몫하고 있다.
금호엔티시는 2005년 6월 창립 이래 센터리스 연삭기, 자동차 엔진밸브 가공설비를 비롯한 초정밀 연삭기 제품 개발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국내외의 자동차 엔진밸브 생산업체에 품질 및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설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자동차부품 공급업체 FM 파워트레인에서는, 금호엔티시를 향후 5년간 전 세계에 있는 FM 지사 공장을 위한 정밀 밸브 제조용 연삭 설비 공급업체로 선정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금호엔티시는 연삭기 제작기술을 고도화해 오차범위를 수입 제품과 동등한 1∼2μm까지 낮췄다. 그 결과 기계 산업의 뿌리인 독일과 일본에까지 역수출하고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기계부품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 수출로 거둔다는 점에서 금호엔티시의 기술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FM, EATON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엔진밸브 가공업체도 금호엔티시의 연삭기를 쓴다. 최근에는 미국 FM이 TRW 엔진컴포넌트 인수 절차를 마치면서 금호엔티시의 글로벌 경영에도 힘이 실렸다. 금호엔티시는 이번 인수합병에 따라 수출 국가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대비 중이다.
이와 더불어 금호엔티시는 중국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중국 자동차용 엔진밸브 생산 회사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중국 현지 생산을 강화하기로 하고 작년에 합작 법인 설립 및 초기 비용 270만 달러를 투자하였으며 올해 말까지 23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수입에 의존해오던 앵귤러 연삭기, 내경 연삭기를 자체 개발하여 국내 선박 엔진 연료 분사용 노즐 생산업체에 4대를 납품했으며, 스위스에서만 생산하는 내외경단면 동시 연삭용 복합 연삭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설비는 올해 말에 개발 완료되어 내년부터는 시판될 예정이다. 금호엔티시는 전문분야인 센터레스 연삭기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풀 라인업을 구성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기업으로 우뚝 설 계획이다.
㈜금호엔티시 내경 연삭기설계부터 제작까지 원스톱… 설비 넘어 부품 생산까지
금호엔티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향후 가공설비에서만 최고가 아닌 자동차부품 시장의 최고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연삭기를 제조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삭기 품질을 고도화해 각종 자동차용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장 안에 별도의 부품 제조용 설비 라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낙후된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월등한 노하우를 이식해 또 한 번 재도약의 축포를 쏘아 올리겠다는 의지다.
정 대표가 회사 성장의 원동력으로 강조하는 것은 세 가지다. 현장에서 갈고닦아온 숙련기술,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작업이 공장 안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시스템, 그리고 사람 중심의 경영이다. 또 “열린 마음으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해 이직률을 크게 낮춘 것도 지속 성장의 한 비결인 것 같다”고 그는 귀띔했다. 정 대표는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기술이야말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정직한 길’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 매출의 10%를 기술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도 이런 신념을 뒷받침한다.
1987년 금호특수기계를 창업한 이후 줄곧 최고경영자(CEO)로 살았던 정 대표는 말한다.
“아직도 직원들과 함께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제 신조는 ‘기술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입니다. 대표이지만 하루 중 절반 이상은 현장에 있죠. 기술 인력들과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어려울까, 어떻게 해결할까’를 늘 고민합니다.” “유럽 수출 초기 당시, 경험 부족으로 많은 애로를 겪었으며, 또한 원활하지 않은 AS 대응 문제 때문에 거래 기업으로부터 많은 컴플레인을 받아 어려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꾸준한 기술 개발과 발 빠른 AS 대응으로 외국 바이어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거래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구성원들에게 “자기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자”는 말을 거듭 당부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기술력으로 국가를 지켜야한다, 수입을 최대한 막고 수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 최고가 되자는 희망을 늘 말한다”고 했다. 장수하는 글로벌기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정 대표는 2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그의 둘째 아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부의 대물림이 아닌 사회적 책임과 기술의 대물림이다. 시대를 앞서는 새로운 기술진보와 사회적 책임에 바탕을 둔 세대교체가 앞으로 금호엔티시에 어떤 생명력을 불어넣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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