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센 유혹… 뭉칫돈 빨아들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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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투자 신상품 잇따라 출시

지난달 24일 국내 금융권 최초로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펀드’란 신상품을 선보인 외환은행은 고객들의 반응에 놀랐다. 기존에 달러를 보유한 고객들이 대거 몰려 닷새 만에 4300만 달러(약 464억 원)어치가 판매됐기 때문이다.

개인 고객뿐 아니라 달러 결제 자금을 쌓아놓은 수출 기업들까지 가세해 1000만 달러 이상의 뭉칫돈을 투자했다. 이 신상품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ELS에 원화가 아닌 미국달러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박상열 외환은행 PB사업부 차장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돈이 들어왔다”며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달러예금 금리는 1%도 안 되다 보니 새로운 달러 투자 상품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00원 선을 밑돌면서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달러 테크’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달러를 미리 사두려는 이가 늘어난 것이다. 달러예금 같은 기존 상품은 물론이고 달러 ELS, 달러표시 펀드 등의 새로운 상품이 쏟아지며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 달러 강세에 ‘베팅’, 투자자 몰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3월 말 현재 381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22억 달러 가까이 늘었다. 특히 3월 중순에 원-달러 환율이 2013년 7월 이후 최고치인 1131.5원을 찍은 뒤 최근 1060원대까지 꾸준히 하락하자 달러예금에 투자하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공성율 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은 “최근 환율 1080원대에서 고객들이 달러를 많이 사들였다”며 “지난 10년간의 원-달러 환율 평균인 1100원 밑으로 내려가면 달러를 매수할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에도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삼성증권의 달러 RP에는 지난달에만 3000만 달러가 몰렸고, 대신증권이 우대금리를 얹어 내놓은 특판 달러 RP는 710만 달러를 끌어 모았다.

달러예금과 달러RP의 1년 만기 금리가 1%가 채 되지 않는데도 뭉칫돈이 몰리는 것은 미국이 하반기(7∼12월)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돼 ‘절세’에 민감해진 투자자들로서는 환차익이 비과세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 “글로벌 자산 배분 차원에서 투자해야”

달러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달러예금, 달러RP보다 높은 수익을 앞세운 신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ELS와 달러 투자를 접목한 달러 ELS다.

지난달 말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공모형 달러 ELS를 내놓았다. 기본적인 상품구조는 원화 ELS와 같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6개월마다 있는 조기상환 평가일에 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연 4%대 수익을 보장한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OTC부 과장은 “4월 초 사모 형태로 달러 ELS를 선보였더니 10억 원가량이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아 공모형으로 내놓게 됐다”며 “보유한 달러는 늘고 있지만 금리가 워낙 낮아 굴릴 데가 없는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은 자사 달러 ELS의 1호 고객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들은 달러로 직접 투자하는 ‘달러표시펀드’로 투자자를 사로잡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월 말 내놓은 달러표시펀드 ‘미래에셋미국채권펀드’에는 한 달 만에 56억 원이 투자됐다. 삼성자산운용,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등도 5, 6월에 달러표시펀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경수 과장은 “환율 상승이 예상되긴 하지만 환율 전망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존에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이런 신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영암 대신증권 리테일상품팀 차장은 “달러 투자는 단기적인 환차익을 노리기보다 원화 중심의 자산을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에 분산 투자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LS#펀드#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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