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수익’ 히타치는 ‘혁신’…스마트폰 이후 삼성 행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11시 50분


코멘트
일본 소니와 히타치의 시가총액은 각각 4조300억 원과 4조200억 원, 연 매출은 8조 엔(73조6000만 원), 10조 엔(92조 원)으로 일본 전기 대기업 중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일본 가전이 전 세계 매장을 석권하던 1980~1990년대를 호령한 뒤 2000년대부터 위세가 꺾였다는 점, 이후 소비자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졌다는 점에서 두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소니는 주력상품인 TV가 부진했고, 히타치는 주력사업을 기업간 거래(B2B)로 바꿨기 때문이다.

디지털 가전과 휴대전화 분야에서 끊임없이 추격한 한국과 중국 기업들에 결국 역전을 허용한 소니와 히타치는 전세를 뒤집기 위한 각자의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소니는 ‘수익성 강화’의 길을 택했다. 이미지센서와 디지털카메라 방송기기 등 여전히 경쟁력을 보유한 디바이스 분야와 게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주력해 영업이익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미 분사가 됐거나 분사가 진행 중인 TV와 스마트사업부, 워크맨 음향기기 분야는 매각하지 않고 자율경영을 독려하겠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이다.

히타치는 ‘혁신’을 택했다. 산업기기 전문회사로의 변신이 혁신의 방향이다. 히타치는 일본 제조업체 사상 최대 순손실(7873억 엔)을 냈던 2008년 이후 가전분야를 선제적으로 정리했다. 대신 철도나 송전시스템에 쓰이는 정보 제어 및 인프라시스템, 건설기계, 고기능산업재료와 중전(重電) 분야로 이동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분야도 개척 중이다. 가전업체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시스템인프라업체가 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소니가 TV를 비롯한 왕년의 효자상품을 쉽게 내치지 못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이지만, 수익성 강화를 통해 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점은 일본 스타일을 탈피한 것이다. 히타치 역시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한 ‘모노즈쿠리(물건제작)’에 집중해 기업고객시장을 노리겠다는 점은 전형적인 일본 방식이다. 반면 가전 핵심부문을 아예 포기한 것, 또 최근 2500억 엔을 들여 이탈리아 방위항공업체 핀메카니카를 인수한 것 등의 과감한 행보는 일본 스타일을 벗어난 것이다.

소니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했지만 2014회계연도 고정비는 오히려 역대최고인 1450억 엔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소폭 흑자에 그쳤다. 반면 히타치는 2014회계연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5800억 엔에 달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대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삼성전자에 일본 두 ‘선험(先驗) 업체’들의 행보가 과연 어떤 시사점을 던져줄까.

조인직 KDB대우증권 도쿄지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