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신입 사원 뽑고, 교육비 늘리고… 사람이 곧 미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불황 뚫고 인재 키우는 기업들

경기 불황으로 국내 기업 상당수가 긴축 경영에 들어가면서 신입사원 채용이나 인재 육성에 소극적인 곳이 적지 않다. 긴축경영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신입사원 채용과 인재 육성에 꾸준히 나서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인재 확보에 대한 투자를 줄여 손쉽게 비용을 절감하기보다는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꾸준히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경영환경 악화에도 주요 기업은 채용 규모 유지


올해 국내 30대 그룹의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8000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30대 그룹(자산 기준·금융그룹 제외)의 신규 채용 계획 규모가 총 12만1801명으로 지난해(12만9989명)보다 6.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전년(14만4501명) 대비 10.0%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상당수 기업은 채용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현재 상반기(1∼6월) 공채를 진행 중인 삼성그룹은 1957년 국내 최초로 학연, 혈연, 지연이 없는 공정한 채용을 위해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함께 가는 열린채용’을 처음 실시했다. 취업 관문에서 차별받고 사회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용 방식에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3급 신입채용의 5%를 저소득층에 할당했다. 지방대 출신 채용 비중도 35%로 늘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미래 인재육성 및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9100여 명(대졸, 고졸 포함)을 채용했다. 올해도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95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고용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후 대졸 신입사원 공채 1기를 진행하면서 학점, 영어성적, 전공 제한을 없앴다. 2013년 상반기 채용부터 서류전형에서 사진, 부모님 주소, 이중 국적 내역, 석박사 전과 및 편입 여부 등 8개 항목을 삭제했다. 그해 하반기(7∼12월) 채용에서는 부전공, 수상 내용 등 6개 항목을 삭제하거나 간소화했다.

2011년부터 현대차는 ‘현대자동차 잡페어(채용박람회)’를 실시했다. 자기소개서 일대일 클리닉, 면접 체험, 인재채용팀장과의 질의응답, 선배 사원들과의 면담 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잡페어 인기 프로그램인 ‘5분 자기 PR’는 모든 정보가 비공개된 상태에서 5분간 지원자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모의 면접이다. 우수자에게는 서류전형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SK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부터 지원서에 이른바 ‘스펙’ 관련 항목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직무수행 능력 중심의 ‘열린 채용’ 정착을 위해서다. 그 대신 ‘자기소개서’가 SK 구성원으로서의 가치관과 행동규범 등을 갖췄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서류전형 항목이 된다.

지원자들의 도전정신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바이킹 챌린지’ 선발 비중을 지난해의 2배인 전체 인턴 채용의 2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방식은 2013년부터 도입된 SK만의 독특한 채용 방식으로 이름, 생년월일, 졸업연도 등 최소한의 개인 정보와 스토리 중심의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심사를 실시한 뒤 개인 역량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오디션 면접) 및 심층면접과 인턴십을 거쳐 최종 입사자를 선발한다.

LG그룹은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올해 1만2000여 명을 채용한다. LG는 스펙보다 실무에 강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10대 그룹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공인 어학성적 및 자격증, 수상경력,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 스펙 관련 항목을 받지 않고 있다. 지원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채용상 반드시 필요한 정보가 아니면 받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주민등록번호, 사진, 가족관계, 현주소 등의 입력란도 없애고 그 대신 지원자들의 실제 직무수행 역량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직무 관련 경험이나 역량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인재 확보가 곧 투자

지난달 기업분석 전문업체인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1500대 기업의 직원 교육훈련비를 분석한 결과 교육훈련비를 감사보고서에 명시한 1031개 기업(68.7%)의 2013년 교육비 총액은 5168억6000여만 원으로 직원 1인당 교육비 평균은 60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2012년 교육비 총액 5943억4000여만 원보다 약 13% 감소한 규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침체의 늪에 빠진 기업들이 직원교육비를 대폭 삭감하면서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주요 기업들은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역전문가 제도와 병행해 2005년부터 ‘현장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회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더 많은 우수 인력을 해외에 파견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서 주재원으로 바로 파견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을 선발해 해외 법인에 파견하는 제도다. 지역전문가와 유사한 형태지만 법인에 직접 파견되어 업무를 수행하며 현지 언어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본 창의 인재 육성을 위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 7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해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논리적 사고를 키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고 창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명확한 인재상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2011년엔 ‘New thinking Creator, New possibilities Explorer’라는 새로운 인재상을 도입했다. 열린 마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지속적인 혁신과 창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기아차도 기아만의 새로움을 실천할 수 있는 창의의 인재, 고객 및 직원을 배려하고 협력하는 소통의 인재,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도전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그룹의 인재경영은 1973년 장학퀴즈에서 시작해 1974년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외국 우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장학퀴즈는 방영 초부터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을 일요일 아침 텔레비전 앞에 모여들게 할 만큼 ‘인재’와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방송 횟수만 2000회에 이른다. 출연 학생 수도 1만6000명을 넘어섰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시청률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만큼 인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1974년부터 현재까지 사회과학, 자연과학, 동양학, 정보통신 분야에서 570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LG그룹 역시 ‘LG웨이(LG Way)에 대한 신념과 실행력을 겸비한 사람’이라는 명확한 인재상을 갖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LG Way는 LG 임직원의 사고 및 행동의 기반으로서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LG의 행동방식인 ‘정도경영’으로 실천함으로써 LG의 비전인 ‘일등LG’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11년 9월 LG인재개발대회에서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유비가 삼고초려하는 것과 같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좋은 인재가 있다면 회장이라도 직접 찾아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 회장이 인재경영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행사 중 대표적인 예가 LG 테크노 콘퍼런스다. 이 행사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국내외 석·박사급 인재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연구개발(R&D) 비전을 제시하고, 차세대 신성장엔진과 주요 기술 혁신 현황 등을 소개하는 자리다. 구 회장은 2012년 시작된 이 행사에 4년째 참석해 인재들과 직접 소통하는 등 인재경영에 힘쓰고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