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엉뚱한 질문일 수 있지만 국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무엇일까. 민법, 형법 등이 거론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주택은 살아가는 데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임법은 대중성만큼이나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해 왔을까. 1981년 주임법의 제정으로 임차인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임차인 보호를 확대하기 위해 1989년 12월 전세 임대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개정하자 임대인들이 일제히 전세보증금을 인상한 것도 사실이다. 주임법이 되레 임차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최근 주임법에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놓고 정치권의 의견이 분분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2년의 전·월세 임대차계약을 하고, 계약기간 만기일에 한 번 더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문제는 이른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3법’(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재건축 조합원 보유 주택 수만큼 분양 허용)을 논의하면서 제기됐다. 부동산 3법의 처리에는 어느 정도 여야 간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야당이 이와 연계해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주택임차인에게 상가임대차보호법(상임법)상 인정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것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첫째, 상임법에서 계약갱신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상가와 주택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기인한다. 상임법상 상가임차인은 1년 단위로 최대 5년간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상가는 주택과 달리 시설 투자비용이 상당하고, 권리금을 상가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주임법에 계약갱신권을 도입하면 당장 주택 임대차보증금이 상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 임대차보증금은 1989년 12월 주임법 개정 직후 4개월 동안 무려 20.2%가 급등했다. 마찬가지로 상임법이 2002년 제정되며 임대차보증금 인상폭 제한 및 계약갱신권 도입 등이 시행되자 전국적으로 상가 임대차보증금이 85%나 상승했다.
셋째, 현재도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전세의 월세 전환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임대인들은 임차인의 계약갱신권이 도입될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월세로 전환할 것이며, 이는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전세보증금이 상승할 수 있다.
넷째, 임대인들과 임차인들의 분쟁이 늘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들 수 있다. 비교적 낮은 보증금으로 거주하던 기존 임차인들은 계약기간이 종료된 뒤 계약갱신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 그 대신 임대인들은 새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준의 높은 보증금을 기존 임차인에게 요구할 것이다. 이처럼 주임법에 계약갱신권을 도입하면 부작용이 명확한데 과연 누구를 위해 도입을 하자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과거의 주임법 개정을 반면교사로 삼을 순 없는지 현재의 논의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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