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어패럴, 26년 섬유 외길… 아이티 공장 증설 對美수출 리더로 자리매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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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유진어패럴 아이티 공장 내부 전경.
유진어패럴 아이티 공장 내부 전경.
‘적은 인원으로 많은 매출을 올리는 알짜회사’ ‘의류 수출에 특화해 해외진출에 성공한 기업.’

중견 의류업체 ㈜유진어패럴(대표 제해민·www.yjapp.com)에 대한 의류업계의 평가다. 이런 유진어패럴이 니카라과에 이어 아이티 공장을 크게 증설해 대미 의류수출업자로서의 지위를 더욱 다진다.

현재 유진어패럴은 아이티의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와 접해있는 카르푸르 지역에 22개 라인을 갖춘 공장을 가동 중이며,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해 2017년까지 60개 라인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북미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총 80개 라인을 구축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춘 패션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이티 해안도시인 레오간에서 포르토프랭스 방향으로 20km 지점에 위치한 유진어패럴 카르푸르 공장은 공항(14km)과 항만(7km) 접근성이 좋으며, 상주인구 약 50만 명으로 산업인력 확보에도 이점이 있다. 특히 공장 자체가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돼 수출입 물량에 대한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아이티는 2000년 말 ‘CBTPA(Caribbean Basin Trade Partnership Act)’ 조약이 발효되면서 기회의 땅으로 부각됐다. CBTPA는 미국산 원자재로 생산한 중미·카리브 지역 의류에 대해서는 쿼터 및 관세 면제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1988년 설립된 유진어패럴은 사업 초기 태백 문경 봉화 등 지방에 공장을 세워 기반을 닦았다. 이 회사는 90년대 후반 섬유산업이 점차 성장한계에 봉착하자 탈출구를 해외시장에서 찾았다.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고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미국 등 선진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9년 남미 니카라과에 봉제공장을 설립한 것은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었다. 니카라과는 인건비가 낮고 미국시장에 근접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제3국 원산지의 면이나 직물을 사용하더라도 대미 의류 수출에서 관세 면제 혜택을 주는 TPL(Tariff Preference Level) 협정 적용지역이라는 장점을 겨냥했다. 또 미국과 근접해 있어 주로 납기일이 짧은 의류제품 수출에 유리하다는 이점도 있었다. 지난해 45명의 유진어패럴 직원이 달성한 대미 수출액은 무려 1100억 원에 달한다. 주요 거래처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다.

유진어패럴은 니카라과 정부와 미국 측의 TPL 협정이 올해 종료되는 것에 대비해 과감히 아이티로 발길을 돌렸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높은 생산성, 또 단순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것이 성공비결이다.

그리고 유진어패럴이 장수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다각화 준비와 제 대표의 아들이 5년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고 했다.

▼“돈보다 중요한 건 신용… 거래처 다변화 추진”▼

제해민 대표 인터뷰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최고 수준인 유진어패럴의 품질경쟁력을 인정해 꾸준히 주문을 늘려주고 있습니다. 아이티는 품질과 인건비, 생산여건 등 제반 측면에서 양호하고 전망도 밝습니다.” 제해민 ㈜유진어패럴 대표는 “굴지의 바이어들이 회사에 더 많은 주문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제 대표는 엘리트 은행원 출신이다. 기업은행에서 2년간 근무하다 더 능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선경 의류부서에 재입사해 6년간 근무했다. 창업의 꿈을 이룬 것은 1988년, 그의 나이 32세 되던 해다. 사업은 불안정성이 크지만 혈기왕성할 때 야전에서 활동해 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을 하다 사업을 하려니 처음 3∼4년간은 순탄하지 않았다. 직원 3명과 함께 밤낮으로 뛰었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결국 해냈다. 1990년 중반 월마트와 거래를 시작하면서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제 대표의 성공에는 돈보다 신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인드가 깔려 있다. 돈을 좇다 보면 좋은 인연을 놓치게 된다는 것.

“무조건적으로 이익만 따지지 않고 신용을 쌓으면 발주자나 의뢰인은 다시 나를 찾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지 말라는 부친의 당부를 늘 되새기고 있습니다.”

제 대표는 아이티 공장 증설을 통해 월마트 등 기존 바이어 이외에 타겟, 갭, 카터스 등 우량기업과의 거래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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