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불황에 웃는 ‘역발상’ 강소기업… 신발한류 이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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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디어, 안전장화-워킹화 히트… 2018년 1000억 목표로 뛴다
㈜에이로

㈜에이로 부산 본사·1공장 전경
㈜에이로 부산 본사·1공장 전경
‘어떻게 하면 남들과 차별화된 가볍고 편안한 신발을 만들 수 있을까.’ 그에게 떨어진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 아니 그의 인생을 건 도박이었다. 그리고 10여 년 후, 마침내 일반 신발보다 2배 이상 가볍고 피부처럼 편안한 기능성 신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부산에 있는 토종 신발업체 ㈜에이로(www.a-ro.co.kr)를 이끄는 채경록 대표. 전남 화순 출신으로 열여섯살에 집을 나와 무일푼으로 시작한 그는 건설현장과 보일러 설비용역 등을 거치며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하루 3, 4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을 10년 넘게 이어가면서 20대를 보냈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이를 밑천으로 32세가 되던 1992년 부도난 기업을 인수하면서 고생 끝에 눈부신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엘라탄 안전장화를 들고 있는 채경록 대표.
엘라탄 안전장화를 들고 있는 채경록 대표.
㈜에이로는 자체 브랜드의 완제품뿐 아니라 원료와 각종 재료 등도 생산, 수출하는 신발 관련 토털 업체다. 신발에 들어가는 스펀지 등 신발 부품을 만들던 ‘창성스카이빙’을 채 대표가 동생과 함께 인수하면서 재탄생했다.

인수 이후 에틸렌비닐수지(EVA) 스펀지 생산과 재단에 주력하며 부침 없이 경영을 해나갔다. 직접 전국을 돌며 영업을 뛰었고 상인들과 부딪치며 시장을 뚫었다. 제품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머지않아 전통적인 임가공업의 한계를 느꼈다.

채 대표는 고부가가치 독자 브랜드로 눈을 돌렸다. 2007년 회사명을 그대로 딴 ‘에이로’를 탄생시켰다. 에이로(A-ro)는 영어 알파벳 A가 선두 또는 1등을 의미하는 것처럼 최고를 지향하며 모든 것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에이로는 EVA를 주요 소재로 욕실화에서부터 비치 샌들, 사무실용 슬리퍼, 지압샌들, 패션화, 작업용 (반)장화, 컴포트화, 기능성 워킹화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에이로 신발은 초경량, 친환경 고급소재로 제작해 가볍고 편안하며 바닥부분에 기능성 패턴을 적용해 미끄러지기 쉬운 욕실이나 해변에서도 착화감과 안정감이 뛰어나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KS 인증을 획득한 고기능성 ‘엘라탄 안전장화(Elatan Safety Boots)’를 출시하며 국내 산업용 장화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폴리우레탄 혼합물로 만들어 영하 30도의 극한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이 제품은 탄광과 분쇄공장, 반도체, 선박장 등 각종 산업현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우수한 단열기능과 함께 엘라탄 안전장화의 내부 깔창은 오픈셀 통풍구조의 오소라이트 인솔을 사용, 항균-항취기능과 뛰어난 쿠션기능 및 복원력이 우수해 사용자에게 높은 만족감을 준다.

이어 올 초에는 초경량 워킹화 ‘AR SPIDER 1’을 선보임으로써 기능화 특수화 분야의 대표주자임을 또 한 번 각인시켰다. ‘AR SPIDER 1’은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인솔로 척추 건강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발의 구조 및 보행까지 고려한 기능성 신발이다. 뒷부분의 바닥면 높이가 내측보다 외측이 높고, 앞부분의 바닥면 높이는 외측보다 내측이 낮은 구조로 설계돼 서거나 걸을 때 발과 발목 및 신발이 일직선이 되도록 유지시킨다.

특히 최초로 IP발포 공법 및 EVA 원료로 무접착 제조기술을 적용해 265mm 기준 294g의 초경량성을 자랑하는 이 신발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알맞은 최적의 워킹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료부터 제조·유통까지 원스톱… “세계가 무대”


초경량 기능성 워킹화 ‘AR SPIDER 1’
초경량 기능성 워킹화 ‘AR SPIDER 1’
㈜에이로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자재 생산부터 가공, 제조, 출하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생산시스템이다. 이 같은 경쟁력은 완벽한 생산인프라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부산 지역 신발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자동화 생산라인을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부산 사상구 덕포동 본사에 지상 5층, 연면적 6000여 m²에 달하는 현대식 사옥을 신축했다. 최첨단 신발 생산설비를 구축한 이 공장은 하드웨어 설비에만 약 200억 원이 투입됐다. 본사 1공장 외에도 삼락동에 제2, 3공장을 두고 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늘어나는 주문량에 맞춰 생산라인을 늘릴 예정이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전국을 휩쓴 ㈜에이로는 해외로 범위를 넓혔다. 지역에서 튼튼한 기반을 닦은 이 회사가 중국 공략을 시작한 것은 2001년. 칭다오에 회사를 설립하며 중국시장 ‘역공략’에 나섰다. 국내에서 제조한 신발을 중국시장에 내다 파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남들과는 반대의 길을 택했지만, 중국 입성은 화려한 기록을 양산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상인을 통해 백화점 등 틈새 고가시장을 공략하는 데 확실히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근 ㈜에이로의 제품과 기술력은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권역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이처럼 ㈜에이로의 성공에는 무엇보다 채 대표의 ‘속도전’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이를 밀어붙이는 전략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는 지금도 타고난 승부사 근성으로 등산화 겸 트레킹화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안전장화와 등산화 겸 트레킹화를 선두로 매출 확대에 주력해 2018년까지 매출액 1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올해 매출액 200억 원을 목표로 뛰고 있는 ㈜에이로는 현재 16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4분의 1인 40명이 외국인 근로자이며, 매출의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채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당당한 구성원인 만큼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지원과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며 “탁상행정에서 비롯되는 불필요한 중소기업 규제도 조속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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